인터넷 댓글에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에도,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도 요즘 갑자기 이 말이 넘쳐난다. '감사합니다람쥐' '안녕하세요플레' '그렇습니까불이' '하지마~보이!'…. TV를 잘 안 보는 사람들은 "갑자기 다들 이상한 말을 쓴다"고 하겠지만, 요즘 이 개그 모르면 '간첩' 취급당한다.

개그맨 김준호(37)가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꺾기도'에서 퍼뜨린 유행어가 '역병'처럼 빠르게 번지고 있다. '다'로 끝나는 말엔 '다람쥐'나 '다래끼'를 붙이고, '까'로 끝나는 말엔 '까불이'를 덧붙이고, '마'로 끝나는 말엔 아이돌 걸그룹 시스타가 부른 노래 '마 보이'를 이어 부르며 춤을 추는 식이다. 시청자 게시판엔 '웃다가 심장마비 올 뻔했다' '처음엔 갸우뚱했지만 중독성이 있어서 자꾸 따라 하게 된다'는 등의 반응만 수백 건이다.

2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만난 김준호는 "뜻밖의 잭팟(도박에서 거액의 상금을 따는 것)이 터졌다"고 했다. 2009년 해외원정 도박으로 불구속 입건돼 방송을 6개월가량 쉬었던 그가 던진 농담이라 더욱 웃음을 자아냈다.

―요즘 다들 '감사합니다람쥐'라고 인사한다.

"그렇습니까불이?(웃음) 개그콘서트 서수민 PD가 '요즘 개콘에 무거운 개그가 너무 많다. 온 가족이 보면서 편하게 웃을 코너 좀 개발해 보라'고 했다. '그런 게 어딨어우동' '하지마~보이' 이러고 대꾸하며 후배들과 놀았는데, 후배 개그맨 이상호·이상민 쌍둥이 형제가 '이걸 코너로 해요' 했다."

―다람쥐, 까불이, 요플레, 마 보이…. 이런 단어는 어떻게 정했나?

"국어사전을 다 뒤져봤다. 유행가도 검색해보고. 애초 4세부터 12세를 웃기는 게 목표였다. 아이들을 사로잡으려면 단순히 발음만 맞아선 안 되고 귀엽고 입에 착착 붙어야 한다. 고심을 많이 했다."

―국어 파괴, 지나친 말장난이라는 비판도 있다.

"지금도 가끔 그런 지적 듣는다. 차차 말꼬리만 가지고 장난치는 게 아닌, 동작이나 개그 상황을 꺾어서 다양한 반전개그를 보여주려고 연구 중이다."

―관객이 못 알아듣고 안 웃을까 봐 걱정하진 않았나.

"그래서 '이걸 듣다 보면 공황상태가 될 거야'란 말을 넣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사람들이 배를 잡고 웃더라. 개그라는 게 일종의 신호다. 그냥 웃기려고만 하면 안 되고, 어떤 지점에서 '탁' 하고 긴장이 풀리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개그 할 때 종종 먼저 웃나. 다른 개그맨들은 연기할 때 안 웃으려고 노력하던데.

"맞다. 개그 불문율 중 하나가 '내가 먼저 웃으면 관객은 안 웃는다'인데, 내 경우엔 좀 다르다. 내가 먼저 웃어서 신호를 줄 때도 있다. 내가 '풋' 하고 무너지면 사람들도 '와' 하고 웃는다."

―명함을 보니 기획사 CCO라고 적혀 있다.

"내가 기획사 대표다. 소속 개그맨이 50명쯤 된다. '코미디 콘텐츠 오피서'라는 뜻으로 CCO라고 썼다. 개그맨들이 활동할 무대가 점점 좁아져 방황하는 경우가 많은데 후배들을 모아 관리도 하고, 다 같이 큰 무대도 꾸며보려고 회사를 세웠다."

개그맨 김준호는 2일 양복을 쫙 빼입고 나타났다.“ 그래도 신문에 나가는데, 독자들에게 예의를 차려야 하지 않겠습니까투리?”하지만 두 눈은 충혈돼있었다.“ 아, 그건 어제 새벽까지 술 마셔서….(웃음)”

―방황하면 김준호 아니었나.

"억, 어떻게 알았지?(웃음) 돌아보면 그 사건이 내겐 오히려 약이 됐다. 이젠 장난으로라도 화투나 포커 같은 거 안 한다. 후배들은 나 때문에 게임도 못한다. 예전엔 개그맨들 새벽마다 PC방에 모였는데 이젠 밤마다 모여 코너 짠다."

―기획하는 큰 무대란.

"5월쯤 코미디 페스티벌을 열려고 한다. K코미디란 공연으로 수출까지 해보고 싶다. 언젠간 일본 감독 기타노 다케시를 능가하는 코미디 영화도 찍을 거다."

―김준호의 개그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뭐가 될까.

"패러디. 현실이나 영화·드라마 속 특정 상황을 비꼬고 비트는 게 재밌다. 애써 연기하려 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눈물 나게 웃긴 개그를 보여주겠다. 기대해주삼일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