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사회부 차장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돌고래 '제돌이'가 바다로 돌아가게 됐다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우리는 그간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됐다. 갖가지 묘기로 우리를 즐겁게 해 준 돌고래 중 상당수가 불법 포획됐다는 점도 처음 알았고, 잡힌 돌고래 한 마리에게 야생성 회복 교육을 시켜 바다로 돌려보내는 데 8억7000여만원이라는 거액이 든다는 점도 처음 알았다.

지난해 7월 해양경찰청이 돌고래를 불법포획해 판매한 어민 및 돌고래를 사들인 관광업체 업자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고, 이것이 제주지방법원의 재판으로 이어지면서 돌고래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사회적 관심사가 됐다. 논란이 이어지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12일 돌고래 제돌이를 바다에 풀어주기로 결정했다.

돌고래의 귀향(歸鄕) 논의는 선진국 진입 문턱에 서 있는 우리나라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사건이다. 우리 사회가 이제 사람들의 권리인 인권(人權)뿐 아니라 동물의 생명권과 자유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을 만큼의 격(格)을 갖게 됐다는 뜻이다. 뒤돌아볼 틈도 없이 달려왔던 우리 사회에 이런 여유가 생긴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사실 제돌이는 불법포획된 동물이지만 서울대공원 측이 제주도의 관광업체와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옮겨왔으므로 사법당국의 몰수 리스트에선 빠졌다. 따라서 서울시와 서울대공원이 방사(放飼)해야 할 법적 의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은 돌고래 방사가 갖는 사회적 메시지를 빠르게 읽었고 이를 결정했다. 시민들은 지난 28년간 계속돼 온 돌고래쇼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박 시장의 결정에 박수를 보낼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이후 트위터 등을 통해 "제돌이를 (제주) 구럼비 앞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해 보려고 한다"는 말을 남겨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박 시장이 과연 무엇 때문에 돌고래의 바다 복귀를 서둘러서 결정했는지까지 의심하도록 만들었다.

지금 구럼비에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반대 세력이 연일 집회를 벌이고 있다. 수십 명이 펜스를 뚫고 발파 공사 현장에 난입하고, 카누를 타고 공사 중인 해안에 상륙한다. 박 시장의 '구럼비 방사' 구상은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해군기지 반대파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런 태도는 우리들이 돌고래 방생에서 느낀 뿌듯함을 배신감으로 바꿔 놓았다. 이제 자유를 찾게 된 돌고래를 '정치쇼'에 동원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이렇게까지 해서 해군기지 반대세력에게 박수를 받고 싶은가.

박 시장은 '돌고래 구럼비 방사'를 포기해야 한다. 돌고래를 풀어주기에 적합한 장소는 학자들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방사한 이후에는 구럼비 앞바다에 살든, 어떤 곳으로 가든 돌고래가 본능에 따라 스스로 선택하게 될 것이다. 아니면 차라리 지금처럼 서울대공원에 그냥 놔두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돌고래는 애초부터 정치인들이 아니라 어린이들의 친구였다. 돌고래도 특정 집단을 위한 정치쇼에 동원되는 쪽보다는 갇힌 상태일지언정 어린이들을 위한 쇼를 계속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