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30) 선수는 외아들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소질이 있기도 했지만 혼자 크다가 독선적이 돼선 안 된다"는 이유로 유 선수에게 탁구를 가르쳤다.

유 선수는 "보통 외아들은 누구보다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운동을 시작하고 단체 생활을 하다 보니 나보다는 친구들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이 생기고 책임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제가 잘못하면 저만 혼나는 게 아니라 단체로 혼났어요. 그러면서 '아, 내가 잘못하면 나 때문에 전체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저절로 배웠지요. 지금도 제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요." 그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더라도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학교 폭력을 일으키는 것 같은데, 스포츠를 하다 보면 그런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7일 오후 ‘명예 체육 교사’로 위촉된 스포츠 스타들이 서울 송파구 성내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과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왼쪽부터 심권호(레슬링·코치), 최진철(축구·코치), 이태현(씨름·교수), 유승민(탁구·선수), 윤미진(양궁·선수 겸 코치), 김경아(탁구·선수)씨.

월드컵 축구 스타인 최진철(41) 강원FC 코치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 때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도 붕대를 감고 끝까지 뛰는 투혼을 발휘해 국민을 울렸다. 그는 그저 '독종'만은 아니다. 2007년 현역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12년 넘게 프로축구 전북현대에서 뛰며 후배들을 따뜻하게 토닥이고 배려하는 '묵직한 맏형' 역할을 했다.

최 코치도 학교 폭력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로 운동 부족을 꼽았다. 그는 "요즘 어린 친구들을 보면 학업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저마다 자기만 생각해 폐쇄적인 성격을 갖는 것 같다"면서 "단체 스포츠를 통해 친구들과 몸으로 부대끼다 보면 자연스럽게 유대가 강해지면서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코치는 "슬럼프를 극복하는 경험을 통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어려움이 닥치건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내 경험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다"고도 했다.

이 두 스타를 포함해 이용대(배드민턴)·장미란(역도)·전병관(역도)·심권호(레슬링) 등 쟁쟁한 스포츠 스타들이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체육 선생님'으로 변신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7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국가대표와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 56개 종목 유명 선수 887명을 명예 체육 교사로 위촉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들은 앞으로 교과부 홈페이지에 마련된 '체육 재능 뱅크'를 통해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1인(人) 1교(校)' 결연을 하고 틈날 때마다 그 학교에 찾아가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다.

스포츠 스타들이 이렇게 대규모로 의기투합한 것은 "왕따 없애는 데는 스포츠가 최고"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장 근처의 서울 A중학교를 찾아가보니 전교생이 850여명이나 되는데도 점심시간에 운동장에 나와서 뛰어노는 아이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학교 터(1만㎡·3031평) 3분의 2가 운동장(4259㎡·1624평)과 체육관(1121㎡·339평)이었지만, 운동장은 그냥 빈 공간일 뿐 땀 냄새도 흙먼지도 함성도 없었다.

점심시간이 끝난 뒤 체육 수업을 받으러 운동장에 나온 아이들도 기운차게 뛰는 대신 시큰둥하게 걷다 뛰다 했다. 교사도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은 채 지루한 얼굴로 아이들 사이를 서성대다가 종이 치기 무섭게 "수고했다"며 교무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