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8%, 중국 62%. 디베이트가 끝난 뒤 마지막 투표 결과가 공개되자, 행사장에선 ‘와’ 하는 탄성이 흘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첫 투표에선 미국일 것이란 응답이 중국을 16%포인트 차이로 앞섰고, 2차 투표에선 그 격차가 36%포인트로 더 벌어졌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퍼거슨 교수가,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라고도 불리는 미래 예측 전문가 프리드먼 소장에게 대(大)역전극을 펼친 셈이었다. 두 석학의 논거 중 어떤 게 청중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현장에서 디베이트를 지켜본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퍼거슨의 ‘역사성 강조’를 꼽았다. 처음엔 중국이 유일한 패권국이 된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있어 미국에 손을 많이 들어준 청중의 마음을 퍼거슨 교수가 ‘역사에서 배워라’고 말하며 중국 쪽으로 돌려세웠다는 해석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중국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서는 것이 비정상적인 사건이 아니라 정상적인 역사적 흐름일 수 있다는 설득이 먹힌 것 같다”고 말했다. 토론 당사자들 의견도 비슷했다. 퍼거슨은 디베이트에 나서기 전 대기실에서 30:70 정도로 자기 견해가 불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 관계가 그동안 강했기 때문에 중국이 수퍼파워가 될 것이라는 내 아이디어가 그리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토론이 끝난 뒤 그는 “’지난 38년간 세상이 엄청나게 바뀐 것처럼 앞으로 38년도 엄청나게 바뀔 것이다’라고 얘기한 부분이 청중에게 어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프리드먼은 “물론 38년 동안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지만 미국 역시 마찬가지로 38년을 준비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