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당국은 북한이 평안북도 영변 외에 3~4곳에 비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시설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Hecker·사진) 박사가 2010년 11월 영변의 UEP 시설을 봤다고 했을 때 한·미 양국이 깜짝 놀랐던 것도 이 시설이 기존에 파악했던 UEP 시설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헤커 박사도 영변 UEP 시설을 둘러본 뒤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을 통해 "과거 핵 사찰을 받았던 영변은 비밀 유지가 어려운데 이곳에 원심분리기를 설치하고 외부에 공개한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다른 지역에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비밀 시설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었다.

UEP 시설은 대규모 설비가 필요한 플루토늄 시설과 달리 소규모로 운영할 수 있고, 핵 활동 징후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은닉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북핵 전문가들은 "기존 핵시설과 가까운 곳에 감췄을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 핵시설 의혹을 받았던 평안북도 대관군 금창리의 지하동굴, 평양시내 연구소, 두 차례 핵실험이 실시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양강도 김형직군 영저리의 미사일 기지 등을 숨겨진 UEP 시설 후보지로 주목하고 있다.

변수가 많긴 하지만 이론적으로 북한은 영변의 UEP 시설만 갖고도 매년 최대 40㎏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 나머지 3~4개 지역에 있는 UEP 시설이 영변 수준만 돼도 고농축 우라늄 생산능력은 160~200㎏까지 늘어난다. 우라늄탄 1개를 만드는 데 고농축 우라늄 20~25㎏이 쓰이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6개, 최대 10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북한은 과거 영변 핵 시설에서 50㎏ 안팎의 플루토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핵폭탄 6~8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