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는 인구는 271만명에 달한다. 최근 1년 사이엔 130만명이 우울증을 경험했다. 성인 10만8000명은 자살을 시도했다. 공황장애 등 불안 장애를 경험한 사람도 245만명으로 추산됐다. 가히 '우울증 코리아', '불안장애 한국'이다.

왜 우리나라 사람에게 정신질환이 급증하는 걸까.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한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도달하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빈부격차 확대와 그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과도한 경쟁과 생존 스트레스, 가족 해체, 노후 불안 등 우리 사회가 안은 문제와 고민거리가 그대로 한국인의 뇌에 꽂히면서 그것이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15일 전국 성인 남녀 6022명을 대상으로 '2011년 정신 질환 실태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16%가 최근 1년간 정신 질환을 경험했다고 보건복지부가 밝혔다. 우리나라 성인(18세 이상) 577만명이 최근 1년 사이 우울증 등 20여개 정신 질환을 앓았다. 성인 6명 가운데 1명꼴이다.

우울증 등 기분 장애의 평생 유병률(평생동안 우울증·조울증 등이 발생한 인구 비율)은 2001년 4.6%(166만명), 2006년 6.2%, 2011년 7.5%(271만명)로 약 63% 급증했다. 남자의 경우 우울증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연령대는 20대와 50대였다. 입시와 취업 스트레스, 은퇴와 노후 불안이 그들을 우울증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 우울증은 저소득층(월 소득 200만원 이하)이 월 소득 300만원 이상 계층보다 3배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