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로 돈을 벌고 있긴 하지만 이런 곳에서 만든 아이템을 돈 주고 사서 꼭 이기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한심합니다."

대학생 김정수(가명·21)씨는 서울 영등포구의 허름한 다세대주택에 있는 '작업장'에서 일한다. '작업장'이란 수십대의 컴퓨터를 설치해놓고 게임을 해서 게임 아이템을 키우고, 이를 팔아 돈을 버는 곳을 뜻하는 은어(隱語)다. 김씨가 일하는 작업장엔 30대의 컴퓨터가 놓여 있고, 컴퓨터 6대가 모니터 하나에 연결돼 있다.

김씨는 약 20㎡(6평)의 이 공간에서 자동으로 게임을 하게 만들어 놓은 '오토' 프로그램 작동이 중지되면 다시 접속하도록 관리하는 일을 1년2개월째 하고 있다. '오토'는 자동으로 자신의 아이템을 조종해 '몬스터'를 죽이면서 점수를 올리는데 다른 캐릭터에게 공격당해 죽거나 프로그램이 오류가 나면 튕겨나온다. '작업장'은 게임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에 '오토'가 잘 싸우고 있는지 쉴 새 없이 체크해야 한다. 김 씨 작업장은 한 컴퓨터당 8개의 게임을 동시에 접속해놓고 8개의 컴퓨터가 한 모니터에 연결돼 있기 때문에 모니터 하나에 총 64개의 게임이 떠 있는 셈이다. 김씨는 이를 30초마다 한 번씩 화면이 전환되게 설정해놓고 관리한다.

이런 식으로 김씨가 몇달에 걸쳐 키운 캐릭터가 다른 게이머들에게 비싸게는 300만원에 팔린다. 캐릭터보다 큰 칼, 불을 일으켜 사람을 태워 죽이는 마법 같은 걸 만든다. 이런 폭력성을 지닌 아이템들이 학생들을 게임 중독을 빠지게 만든다는 걸 김씨도 알지만 이 정도 쉬운 벌이가 없기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3시간 근무를 하고 사장과 맞교대한다. 사장이 거주하는 공간이어서 세간은 다 있지만 전등도 켜지 않고 가전제품은 절대 안 쓴다. 과부하가 걸려 정전이 돼 게임을 쉬게 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게임을 하며 돈도 벌 수 있다는 친구의 소개로 이곳에서 일하게 된 김씨는 "학기 중에는 주말에만 일했는데 이번 학기부터는 휴학을 하고 전업(專業)으로 뛰어 120만원 정도 월급을 받을 것"이라며 "돈을 벌어 라식수술도 받고, 여행도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작업장'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아이템을 한꺼번에 1000만원어치를 사 물가를 올려 비싼 값에 되팔기도 하고 갖가지 상술이 진화하고 있다"면서 "나도 게임을 좋아했지만 '앵벌이'(작업장에서 키운 캐릭터나 사이버머니)를 찾는 사람을 보면 게임하는 사람들에 대해 회의가 든다"고 했다.

'작업장'은 게임산업진흥법상 불법이지만 인건비가 싼 중국에까지 진출해 있고 국내에도 수천 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웬만해선 단속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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