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문 기자 rickymoon@chosun.com
"저처럼 아예 자취방도 못 구하는 '메뚜기'들이 점점 늘어가요."
토스트 가게를 하는 어머니가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하는 성균관대학 학생 강모(여·25)씨는 자칭 '메뚜기 자취생'이다. 친구들의 자취방이나 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하루 2만원짜리 게스트하우스를 옮겨다니며 지내기 때문이다. 강씨는 "요즘은 눈을 씻고 찾아도 월세 20만~30만원짜리 방이 없더라"며 "친구들은 맘 편하게 지내라고 하는데, 눈치가 보여 2~3일이면 다른 친구 집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형편이 좀 나아서 원룸 전세로 지내는 학생들도 이번 학기 개강철은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16.5㎡(5평)짜리 원룸에서 전세금 5500만원을 내고 지냈던 서강대학교 4학년 최모(27)씨는 1월 초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영등포로 이사했다. 집주인이 방세를 500만원 올려달라고 해 도리가 없었다. 집주인은 "요즘 전세가 오르고 있으니, 힘들면 빨리 방을 빼줘야 한다"고 했다. 최씨는"몇년째 해마다 전세금이 올라 올해는 부모님께 말 꺼낼 처지가 안됐다"고 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 1월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은 전월 대비 0.17% 하락해 3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대학가의 자취방 전·월세 주택만큼은 예외다. 보통 3000만~5000만원씩인 대학가의 원룸형 주택 집주인들은 지난 1월 들어 일제히 전세금을 10%씩 올려 부르고 있다.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한 지방 학생들은 저렴한 기숙사에 들어가려고 기를 쓰지만, 학점순으로 배정하는 바람에 이마저 쉽지 않다. 지난 학기 학점 4.2점(만점 4.5)을 받았다는 한국외국어대 배모(27)씨도 기숙사를 신청했다가 탈락했다. 배씨는 "올해도 눅눅한 반지하 자취방을 벗어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방 출신 저소득층 대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한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대학가에 공급한 저렴한(월세 7만~17만원) 임대주택 9000채는 신청자가 몰려 '로또'로 불릴 정도다.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신청 자격이 있어 당초 LH는 1순위 모집에서는 미달을 예상했지만, 무려 2만2000명이 몰렸다. 이모(56)씨는 "싼값에 아들 자취방을 구해 볼 생각에 잔뜩 기대하고 신청했는데, '뽑기'에서 떨어졌다"며 "집을 어떻게 마련해 줘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대학가 주택은 3월 개강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계약이 이뤄지는데다 특히 지난 1년간 오른 전세금이 1~2월에 집중적으로 반영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