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의 단초가 됐던 성균관대 입시 문항에 대해 대한수학회가 "출제에 오류가 있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대한수학회 회장인 서동엽 KAIST 교수는 31일 조선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명호 전(前) 성균관대 교수가 이상이 있다고 제기했던 1995년도 성균관대 입시 수학 문항이 잘못됐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31일 밝혔다.

김명호 전 교수는 1995년도 성균관대 입시에 나온 문항 하나에 근본적 오류가 있다며 수험생 전체에 동일한 점수를 줘야 한다고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성균관대는 채점 기준을 일부 바꾸는 것으로 상황을 매듭지으려고 하면서 김 전 교수와 갈등을 빚었다.

당시 출제된 문항에 나온 부등식은 0이 아닌 벡터 a, b, c의 계수 x, y, z에 임의의 실수를 대입해도 성립한다고 나와 있었다. 이 문항은 고등학교 벡터 단원에서 출제됐지만, 핵심은 중학교 다항식을 다루는 문제였다.

해당 문항.

중학교 다항식에선 변수의 계수에 임의의 실수를 대입해도 부등식이 성립하려면 변수가 0이 되어야 한다고 나온다. 동일한 원리에 따르면, 성균관대 입시 7번 문항에선 벡터 c가 0이 되는 경우 외엔 부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 당시 출제 문항은 c가 0이 아니라고 전제를 했기 때문에 문항 자체에 내재적으로 모순을 지녔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대한수학회는 성균관대 입시 문항의 오류 여부 판단을 의뢰한 사법부의 요청에 대해 "특정 대학의 인사와 관련된 사항이어서 답변할 수 없다"는 회신만 보냈었다. 이와 관련, 서동엽 현 대한수학회 회장은 "16년 전 대한수학회 집행부가 왜 사법부의 오류 여부 판단 의뢰를 회피했는지 그 배경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한상근 KAIST 교수 등 189명의 전국 주요 대학의 수학과 교수들은 대한수학회와 별도로 “성균관대 입시 문항에 수학적인 오류가 있으며, 김 전 교수의 재임용 탈락도 문제가 있다"고 연대 서명해 법원에 제출했었다. 또 미국 수학회 전 회장, 예일대 교수 등도 김 전 교수의 입장을 지지했지만, 법원은 성균관대의 손을 들어줬다.

김명호 전 교수.

잇단 복직 소송에서 패소한 김 전 교수는 제도권을 불신했고, 지난 2007년 자신의 재판을 담당한 한 판사를 찾아가 석궁으로 위협하면서 ‘석궁 교수’라는 불명예까지 안게 됐다. 2008년 대법원은 석궁을 쏘지 않고 위협만 했다는 김 전 교수의 주장을 기각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김 전 교수는 작년 1월 형을 마치고 출소했다.

김명호 전 교수의 행적은 영화 '부러진 화살'이 흥행하면서 다시 화제를 모았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0일까지 197만4049명의 관객이 ‘부러진 화살’을 관람했다. 그 동안 하루 평균 10만명 이상이 부러진 화살을 봤다는 평균 수치를 감안하면 부러진 화살은 31일 누적 관객 2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