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누구나 더 나은 한해를 고대한다. 하지만 비약적인 성적 향상을 거두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1년간의 공부에도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까? 20~30년간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본 기숙학원 원장 4인에게 성공하는 재수생의 비결을 들었다.

"게임·핸드폰 유혹 떨쳐라"… 김재성 안성 탑클래스 기숙학원 이사장

수험생활에서 가장 큰 유혹 중 하나가 온라인 게임과 텔레비전, 핸드폰이다. 특히 남학생들에게 게임은 수험생활의 가장 큰 ‘적’이다. ‘쉬는 시간에 잠깐만’은 어느 순간 ‘10분만 더’로 바뀌고 계획했던 시간을 훌쩍 넘기기 십상이다. 핸드폰으로 주고받는 문자 메시지도 집중을 방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이어지는 일정 속에서 소통의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친구들의 문자에 일일이 답하다 보면 공부에 몰두하기 어렵다.

성공적인 수험생활을 위한 첫 단추는 유혹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스스로 통제가 어렵다면 이들 요소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지난해 학원을 찾은 손진석 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해온 온라인 게임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2011학년도 수능 성적은 언어와 외국어 6등급, 수리 ‘나’형 4등급이었다. 게임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기숙학원을 선택한 그는 2012학년도에 언어와 외국어에서 1등급을 받았다. 수리는 ‘나’형에서 ‘가’형으로 바꿨음에도 백분위 98%로 1등급을 받았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세 번을 이사했다는 고사성어처럼 환경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굳은 ‘의지’와 건전한 ‘환경’이 갖춰진다면 분명히 지난해와는 다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내게 맞는 학원을 선택하라"… 김향돈 서울 케이스사관학원장

재수 초기 모든 학생이 공부에 매진하겠다는 마음가짐을 한다. 하지만 마음만으로는 1년을 버텨내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학원을 선택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 번째로 고려할 사항은 수준별 반편성 여부다. 기숙학원에 입소하는 학생의 성적은 천차만별이다. 같은 문과, 이과라도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 영역별로 성적이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총점별 반편성보다는 영역별 반편성을 하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성적에 따라 수업 시수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지도 꼭 살펴야 한다.

두 번째는 기숙사의 형태다. 2~4인실로 기숙사를 운영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10인 이상 단체 생활을 하는 곳이 있다. 2~4인실의 경우 개인적인 공간이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수면 시간에 룸메이트와 이야기를 나누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 다음날 수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10명 이상이 선생님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는 같은 시간에 취침하고 기상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적다. 다만 단체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단점이 될 수 있다.

경제적인 비용도 따져봐야 한다. 재도전을 하다 보면 개인적으로 보족하거나 심화학습을 위해 특강수업을 수강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기숙학원 자체의 수강료 부담이 크기 때문에 추가 비용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 또 다른 심리적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도전 시간, 평생을 위한 1년!"… 최경근 비상 탑클래스 기숙학원장

재수를 시작하는 학생 중에 종종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숨기려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하지만 역사에 자신의 발자취를 뚜렷이 남긴 위인들은 크고 작은 실패와 어려움을 겪었고 이런 난관과 편견을 이겨내면서 보다 강해졌다.

고시를 준비하는 이들은 수년간 도전 끝에 성과를 얻는다. 1년에 합격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4~5년 길게는 10년 만에 합격하는 이들도 있다. 재수는 ‘또’하는 것이 아니라 ‘더’ 하는 것이다. 1년의 노력으로 앞으로의 인생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재수 시절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기간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공부와 생활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말과 행동에서도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 다만 진정한 자신감은 스스로에 대한 최면이 아니라 오직 노력으로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한된 시간 내에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려면 철저한 계획이 필수다. 학습 계획은 공부의 끝인 시험일을 기준으로 거꾸로 세우는 게 효율적이다. 단, 본인의 학습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정확한 목적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수험생활은 하루하루 똑같은 생활의 반복이다.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된 학생들은 긴장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도피하거나 포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단조로운 생활을 ‘미래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알차게 가꿔 나간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한계를 넘을 수 있다.

"분명한 목표는 나를 달리게 한다"… 송한서 양수리 등용문 기숙학원장

재수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주어진 과제와 수험 준비를 하던 것과 달리 스스로 학습과 생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점수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 또 한 번의 실패라는 자괴감과 또 실패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공부에 매진하기 어렵다. 이런 요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많은 고3 수험생들은 학교 혹은 학과와 계열만을 목표로 정하고 성적에 따라 진학하겠다는 불분명한 계획을 세운다. 재수를 통해 전 영역 1등급으로 성적을 끌어올려 서울대 사회과학계열과, 고려대 정경대학에 합격한 A군 역시 막연히 조금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자 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목표가 불분명했기에 공부에 몰두할 수 있는 동기가 부족했다. 상담을 통해 그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계열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설정했다. 그리고 전년도 합격 기준선을 토대로 자신의 성적 중 부족한 부분과 성취된 부분을 구분하고 학습 전략을 짰다. 초기 모의고사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결과 분석을 통해 취약점을 오답 노트에 기록하고 여러 차례 반복했다. 슬럼프가 왔을 때도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기에 극복이 가능했다. 현재 A군은 사법시험 준비를 하며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재수는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한다. 현재 자신이 가진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지를 정하는 게 재수 성공의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