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동 차이나타운 자료사진.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낮에도 술 취한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싸움이나 노상 방뇨도 예사다."

지난 15일 저녁 무렵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인 거리'를 지나던 김분남(56)씨는 "집 근처지만 해 지면 다니기가 무섭다"면서 말을 자르고 바쁜 걸음으로 귀가했다.

중국어 간판을 단 식당 앞에선 술에 취해 비틀대는 남자 서너 명이 알아들을 수 없는 고함을 질렀다. 대부분 낡은 점퍼, 오래 빨지 않은 듯한 잿빛 셔츠 차림이었다. 길가의 전봇대마다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국내 체류 중국인이 늘어나면서 중국인 밀집 지역인 차이나타운이 서울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차이나타운이 들어서거나 형성되고 있는 지역마다 주민들과의 마찰도 커지고 있다. 치안과 거리 환경이 나빠지고 부동산 가격도 하락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인 숫자는 70만2830명으로 1년 전 58만9239명보다 20% 정도 늘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은 주민들이 지난 2008년부터 서울시의 '차이나타운' 지정을 반대하는 주민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지난해 12월 대책위는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예비 후보들의 사무실을 찾아다니며 차이나타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위춘복 주민대책위원장은 "중국인이 한꺼번에 몰리면 동네 전체가 시끄럽고 지저분한 이미지를 갖게 되며 집값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시장에서는 한·중 상인들 간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2009년부터 중국인 상인이 늘어나면서 상인회가 조직됐고, 2009년 12월 광진구청에 이 거리를 '차이나 거리'로 지정해달라는 민원을 넣은 것이 발단이다. 기존 한국 상인들이 "한국 손님이 안 온다"는 이유로 반대해 무산됐고, '차이나' 대신 중국식 음식인 '양(羊)꼬치'를 넣어 2010년 10월 '양꼬치 거리'로 지정됐다. 자양시장 근처에서 자동차 수리 센터를 운영하는 김모(55)씨는 "한국 상인들이 불만이 많지만 말을 못한다. 난폭한 조선족에게 보복당할까 두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금천교회는 지난해 1월 공원 등에서 노숙하는 중국인들이 지하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임시 숙소를 마련해줬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중국인들은 지난해 4월 날씨가 풀리자 교회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며 소란을 피웠다. 쓰레기도 함부로 버려 교회 신도와 주민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차이나타운' 부근은 중국 국적 조선족의 새로운 거점이 되고 있다.

이진영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07년부터 방문 취업 제도 실시로 급격히 늘어난 조선족이 차이나타운 근처에 모여드는 것"이라고 했다. 방문 취업 제도는 중국과 구(舊) 소련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 국적 한국 동포에게 최장 3년 체류 자격을 주는 제도이다. 또 체류 자격이 연장될 수 있어 조선족의 장기 체류가 가능하다.

서울의 차이나타운 가운데 대표적인 곳은 중국인 3만8000여명이 거주하는 구로구 가리봉동, 구로동 일대와 1만9000여명이 거주하는 영등포구 대림동이다. 관악구도 봉천동 일대를 중심으로 중국인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5년 전보다 8000여명이 늘어난 1만8000여명이 차이나타운을 형성했다. 마포구 연남동과 연희동 주변은 전통적으로 화교(華僑)가 많이 살고 있으며, 광진구 자양동에도 중국인 3000여명이 모여 차이나타운이 형성되는 중이다. 전국적으로는 서울을 비롯, 인천 선린동과 부산 초량동, 현재 추진 중인 일산 차이나타운 등 11개 정도다.

우병국 동덕여대 한중미래연구소 연구교수는 "먼저 들어온 조선족을 중심으로 정착 거점을 만드는 등 중국인들이 최근 2~3년 사이 집단화됐다"며 "이들이 고유문화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기존 주민들과 갈등을 일으키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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