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담배 제조·수입·판매를 허용하는 담배사업법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보건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이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제기됐다.
 
11일 박재갑 전 국립중앙의료원장 등 9명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담배사업법은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국가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유해물질인 담배를 국가가 합법적으로 제조 또는 수입하게 해 국민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이라면서 관련법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청구인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보건권은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소극적으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국민의 보건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책무를 지우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면서 "담배사업법이 국민의 보건권·생명권·행복추구권 등 헌법에 보장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담배연기에는 60여종의 발암물질이 들어 있으며, 주성분인 니코틴은 대마보다 중독성이 강하다"면서 "정부는 헌재 결정 전에라도 담배사업법을 폐지하고 니코틴을 전달하는 물질인 담배를 엄격한 마약류로 관리해 국민의 건강 보호에 앞장서라"고 덧붙였다.
 
박 전 의료원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로 한국 담배제조 및 매매 금지 추진운동본부장이기도 하다. 헌법소원 대리는 법무법인 서울의 대표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이 맡았다.
 
이번 헌법소원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구인 측은 "흡연 피해자들이 담배 제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적은 많았지만, 담배 제조 자체를 금지하는 위헌 소송을 낸 것은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