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가 거의 바닥을 드러낸 채 범퍼와 스페어타이어도 없이 굴러가는 자동차' '멸종 위기의 공룡'….

그렇지 않아도 금융 위기 이후 코너에 몰린 엉클샘, 미국에 대한 난타가 사정없이 이어진다. 최근 국내에 번역된 '미국쇠망론'(21세기북스). 555쪽 책의 절반 이상이 '수렁에 빠졌으면서도 둔감한 거인'에 대한 질책이다. 원제목은 아예 탄식조다. 'That Used To Be Us(한때 우리가 그랬었다)'. 오바마의 2010년 신년 국정 연설의 한 대목에서 따왔다.

미국 내 손꼽히는 오피니언 리더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과 마이클 만델바움<사진> 존스홉킨스대 부설 국제관계대학원(SAIS) 교수가 함께 썼다. 만델바움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물었다.

―이 책을 스스로 '미국인의 잠을 깨우는 호출(wake-up call)'이라고 했는데.

"지금 미국은 자신이 쇠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모른 척할 수 있을 정도로 서서히 쇠퇴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도 '그만 멈춰'라고 말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 체계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데 절박성이 있다."

―책에서 '미국이 당면한 문제는 중국의 도전이 아니라 미국 자신'이라고 썼다. 그러면서도 곳곳에서 중국을 말한다. 미국은 중국의 급부상에 겁먹은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오늘날 어떤 미국인들은 중국의 모습에서 미국이 과거에 가지고 있었던 국가적 특징들을 발견한다. 미국인들이 요즘 중국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가만히 들어 보면 종종 잃어버린 자기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린다. 지금 중국은 미국의 거울이다."

―미국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전 국민의 집단적인 실천과 희생을 촉구했다. 미국처럼 개인주의적인 사회에서 가능할까.

"미국의 개인주의가 이 나라가 가진 위대한 힘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미국은 과거에도 집단적 행동이 요구되는 도전에 직면했을 경우에는 단합된 행동을 보이는 아주 인상 깊은 능력을 발휘하곤 했다. 우리는 지금 바로 이런 단합된 행동이 필요하며 또한 가능하다고 믿는다."

―중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중국식 모델은 지난 20년간 아주 인상적인 성장을 가져 왔다. 하지만 앞으로 수년 안에 몇몇 심각한 문제들에 봉착할 것이다. 중국이 도전들을 제대로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에 대한 문제는 이 책에서 다루지 않았다. 현재 우리 관심사는 미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경제적 진보를 유지하려면 결국 미국 시스템의 특징을 수용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세계에 내보낸 병력 수준을 과거처럼 지탱해 나갈 능력이 없다고 했다. 주한미군의 대북 억지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민감한 문제다.

"미국은 결국 지금의 국방비 지출을 삭감해야만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는 병력 주둔을 유지하고 다른 지역에서 철수하는 쪽을 선호한다."

―미국의 쇠퇴는 세계 다른 나라에도 타격을 주는 문제라고 했는데.

"다른 나라들은 아주 다양한 분야에 걸쳐 미국이 제공하는 글로벌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미국은 오늘날 전 세계가 가입한 국제기구를 설립했고, 국제 관행들을 설계했으며 때로는 세계 경찰, 은행가 역할을 수행해왔다. 미 달러화는 기축통화 위치를 유지하면서 아시아와 그 외 지역의 괄목할 경제 성장에 동력을 공급하는 수출시장으로서 기능했다. 미 해군은 세계 무역 항로를 보호했고 유럽과 동아시아에 주둔해 지역 안전을 떠맡았다. 미국은 정보 자산, 외교 역량, 군사력을 이용해 핵무기 확산 등과 같은 국제사회의 위험요소에 강력히 대응해 왔다."

―유일 초강대국이 없으면 세계는 좀더 세력 균형을 이루고 협력을 도모하게 될 거란 견해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나라도, 어떤 국제기구도 지금까지 미국이 제공해온 글로벌 서비스를 대신 떠맡지는 않을 것이다. 대영제국이 침체기로 접어들었을 때 미국이 나섰던 것처럼 지금 미국의 역할을 대체할 만큼 준비돼 있는 나라는 없다. 이것은 동아시아지역의 경우에 특히 해당되는 말이다. 미국이 세계, 특히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줄일 경우 세상이나 그 지역은 더욱 위험해지고 번영에도 어려움이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