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중국 톈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프리드먼, 입이 떡 벌어진다. 2008년에 짓기 시작한 초고속철이 이미 시속 230㎞로 질주하고 있다. 총면적 23만㎡ 규모 컨벤션센터도 8개월 만에 완공됐다. 반면 그 무렵 워싱턴DC에서 출·퇴근하던 만델바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가 6개월째 수리 중이다.

그해 겨울 전미미식축구연맹(NFL)은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경기를 갑자기 연기했다. 이유는 폭설. 라디오에선 탄식이 터졌다. "중국인 같으면 이런 눈에 경기를 미뤘겠나. 그들은 걸어서라도 경기장에 갔을 테고 아마 내리막길에선 미적분까지 풀었을 거다."

어쩌다 미국이 이렇게 됐나. 애국심에 의기투합한 20년 지기 두 저자는 나락에 빠진 미국을 정밀 진단한다. 병의 뿌리는 '미국의 오만함'. 냉전 승리 후 자기 도취에 빠진 나머지 급변하는 세계에서 다른 나라들이 전진하는 동안 흥청망청했다는 것. 처방으로는 미국이 과거 자랑했던 '성공 공식'의 회복을 든다. 공교육 강화, 사회기반 확충, 이민 개방, 연구·개발 투자, 적절한 규제 등의 복구다. 또 절체절명 위기에서도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을 겨냥해 제3정당과 독립적인 대선 후보 옹립을 촉구하기도 한다. 낙선은 불 보듯 뻔하지만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거란 기대에서다.

두 저자는 스스로 '좌절한 낙관론자'라 부른다. 현실은 참담하지만 나라 전체가 다시 한번 각성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책은 '경종'인 동시에 '응원가'로 읽힌다. 미국의 문제가 남의 일 같지 않게 들리는 나라에서도 이 책을 펼쳐들게 되는 이유다.

▲6일자 A25면 '미국이 어쩌다 이 지경' 기사에서 '총면적 23만㎢ 규모 컨벤션센터'는 '23만㎡'의 잘못이므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