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란(31)씨는 2009년 7월부터 UNDP(유엔개발계획) 뉴욕 본사에서 일하고 있다. 김씨는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왔고, 서울의 한 여대 영문과와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순수 국내파다. 전 세계에 설치된 UNDP 사무소 166곳의 내부 정책과 운영을 점검하고 정책을 자문하는 게 그의 일이다. 김씨는 "과거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았기에 국제 개발원조가 왜 중요한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남다른 게 한국인들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2005년 UNDP 인턴으로 국제적 분쟁 지역인 코소보 사무실에서 3개월간 일했고, UNDP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무소와 국내의 국제 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을 거쳐 UNDP 직원으로 채용됐다. 그는 "도움 받는 나라에서 도움 주는 나라로 발전한 대한민국은 모범 사례처럼 통하기 때문에 다들 한국인이라면 한 번 더 쳐다보고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과 '한국의 교육 정책'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다보니 전문가가 됐다고 했다.

외교통상부 국제기구 인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으로 국제기구에 진출한 한국인은 398명이다. 대부분 외국에서 공부한 해외파지만, 최근 들어 국내파의 국제기구 진출이 활발해졌다.

UNDP(유엔개발계획)에서 일하는 김혜란(오른쪽에서 둘째)씨가 요르단 UNDP 사무소에서 동료들과 함께‘Stand up against poverty(가난에 맞서 싸우자)’라는 문구를 들고 있다.

2008년 11월부터 국제 구호단체인 한국월드비전 국제개발팀에서 근무하는 이창표(37) 과장도 한국의 농법을 저개발 국가에 전해주는 전도사다. 지난 2000년 경험했던 아프리카 우간다 선교 여행을 계기로 저개발 국가에 농법을 전수하고 있다. 이씨는 "좁은 땅덩어리에서 농작물을 키우며 첨단 농법을 개발한 한국의 기술은 세계 어디에서든 통한다"고 했다.

그는 2004년부터 2년간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소속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농법을 전수했다. 라오스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볼리비아, 부룬디 등에서도 활동했다. 이씨는 "한국 고구마 품종을 소개해 우크라이나에 재배 방법을 전수했고, 부룬디에서는 옥수수와 콩 재배 중간에 녹말을 얻을 수 있는 '카사바(cassava)'라는 채소를 재배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학사와 석·박사를 마치고 연구를 통해 지식을 쌓은 순수 국내파 학자들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반도체를 대체할 차세대 신소재 그래핀(graphene) 표면에 주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작년 7월 세계 최초로 밝혀 활용 가능성을 높인 박배호(41) 건국대 물리학부 교수는 서울대에서 학사와 석·박사를 마친 토종 학자다. 그는 1999년 한국인 최초로 박사 졸업 논문을 세계적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에 게재했고, 현재까지 SCI 논문 총 120여편을 발표했다. 논문 인용 횟수도 3500회에 이르는 세계적 물리학자다. 박 교수는 "국내 교육·연구 환경이 경쟁력을 갖추면서 국내파와 해외파를 구별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고 했다.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작년 7월부터 영국 스코틀랜드 스트래스클라이드대학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는 공태식(35) 교수는 "한국인은 연구 태도도 근면해 아침 일찍 연구실로 출근해 밤늦게까지 공부한다"면서 "이제 한국 학계가 세계 수준에 뒤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