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외부 영입 비상대책위원들과 친이(親李) 진영 간의 갈등이 날로 험악하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4일 "이재오·안상수·홍준표 의원은 한나라당 대(大)실패의 상징성과 대표성을 가진 분들"이라며 공천 배제를 주장했다. 이 위원은 대구·경북 지역 대폭 공천 물갈이 입장도 재차 확인했다. 김종인 비대위원 역시 같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친이(親李)진영은 이상돈 위원이 천안함 침몰원인이 북한 어뢰공격이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했던 일, 김종인 위원이 동화은행 뇌물수수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점을 각각 들어 두 위원의 비대위 사퇴를 요구하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집단행동을 시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전여옥 의원이 27세 이준석 비대위원의 경륜 부족을 문제삼고 나섰고, 이 위원은 전 의원이 친박(親朴)에서 친이(親李)로 옮겨간 "배신자" "변절자"라고 반격하고 있다.

정당의 인적쇄신 시도가 맞이하는 첫 장애물이자 가장 큰 고비는 "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심판하느냐"는 질문에 부딪히는 것이다. 심판하는 사람들이 자기들의 욕심을 모두 내려놓아야만 이 고비를 넘을 수 있다.

과거에 보면 이런 잣대 저런 저울로 남의 키를 재고 무게를 달던 심사위원들이 공천 작업이 끝날 무렵엔 은근슬쩍 공천 대열에 끼어드는 몰염치한 일을 벌였던 전례가 적지 않았다. 한나라당 비대위에는 6명의 외부영입 인사들이 있고, 이들이 공천의 기준도 마련한다고 한다. 당 출신이 아닌 비대위원들이 비대위 활동에 참여하기로 결심한 것은 침몰 위기의 한나라를 구하는 데 힘을 보태려는 의도이지, 이 틈에 자기도 금배지 한번 달아 보자는 딴생각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외부 영입 비대위원들은 자신들은 올 4월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는 점부터 먼저 밝힌 다음에, 희생(犧牲)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인사들에게 당의 앞날을 트기 위해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하는 것이 옳은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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