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가 이를 치유하고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게임 그만 하라"며 아이에게 무조건 윽박지르는 것부터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보다 먼저 '왜 게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할까'라며 아이를 둘러싼 상황을 먼저 살피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공감하지 않고 "네 정신 상태가 글러 먹어서 그렇다" "그 문제로 너만 힘든 게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하면, 아이들의 게임 중독 문제의 해결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학생들이 게임을 즐기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게임 없이는 살 수 없는 중독에까지 이르는 것은, 현실 도피적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학업 성적 부진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사이버 세계에서의 활약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심리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부모의 잦은 다툼 등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부닥치면서 폭력적 게임에 몰입하는 경우도 많다.

4년 전 게임 중독에 빠졌다가 이를 극복해낸 중2 아들을 둔 어머니 A씨는 "뒤늦게 생각해보니 남편과 나 사이에 싸움이 잦았고, 그 와중에도 나는 아이에게 '공부 잘해라'라며 다그치기만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원인을 찾았다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아이에 대한 부당한 스트레스가 있었다면 줄이고, 가정 분위기도 화목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이가 게임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가족들이 음악·운동 등 다른 취미 활동을 함께해도 좋다. 중요한 건 아이뿐 아니라 가족과 교사 등 주변 사람들도 함께 노력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아이 본인에게도 게임은 적당히 즐기는 가상공간의 오락일 뿐이지, 현실에서 자신의 미래를 바꿔주는 '마법의 램프'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프로게이머를 희망한다고 답하는 아이라면, 프로게이머의 명암(明暗)을 동시에 그린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아이가 정말 원하는 일인지 현실 도피성으로 게임에 몰입하는 건지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하는 방법도 있다.

가정에서의 해결이 어렵다면 외부 기관을 활용할 수도 있다. 행정안전부 산하 인터넷중독대응센터(1599-0075)에서는 오전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연중무휴로 무료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가정에 직접 방문하는 상담 서비스도 한다. 한국청소년상담원(02-730-2000)에서도 상담이 가능하다. 정부도 지난해 초·중·고교생에 대해 인터넷 중독 여부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중독 판정을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레스큐(rescue·구조) 스쿨'(중·고생 대상), '가족치유캠프'(초등생 대상) 등을 열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엄나래 선임연구원은 "게임 중독은 자기 가치관이나 인생 목표가 뚜렷하게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기에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아이 혼자 극복해야 할 문제라며 방치하지 말고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