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후 첫 간부 인사를 통해 본격적인 색깔 드러내기에 나섰다. 29일 발표한 실·국장급 인사에서 40명(본청 기준)에 이르는 1~3급 간부 중 6명을 제외하고 모두 자리를 바꿨다. 서울시 관계자는 "1~3급 간부들이 이렇게 많이 교체된 것은 시 사상 처음"이라며 "깜짝 놀랄 만한 파격 인사"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의 특징 중 하나는 특정 지역 출신들이 대거 약진했다는 점이다. 시정(市政)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핵심 보직인 기획조정실장에 앉은 정효성 행정국장, 1급 자리로 승급한 복지건강실장으로 들어온 김경호 구로구 부구청장, 역시 1급 공무원이 맡는 주택정책실장에 발탁된 이건기 주택기획관이 이 지역 출신이다. 김 부구청장은 3급에서 1급으로 도약했고, 이 기획관은 3단계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승진이었다. 이 기획관은 현재 3급 승진 예정자로 신분은 4급이다.

이 밖에 기후환경본부장에 임명된 임옥기 디자인기획관, 도시교통본부장을 맡은 윤준병 관악구 부구청장, 경영기획관 김인철 성동구 부구청장, 서울혁신기획관 조인동 전 정책기획관 등 이 지역 출신이 요직을 대거 차지했다.

이처럼 같은 지역 출신이 약진하면서 시 안에서는 "승진하려면 앞으로 그곳으로 본적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중용했던 인물들이 이번 인사를 통해 완전히 정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1급 간부 5명이 물러난 데 이어 1급 승진이 점쳐지던 송득범 도시기반시설본부장(2급)이 서울시시설관리공단으로 옮겼고, 유일하게 남은 1급인 장정우 도시교통본부장은 시의회사무처장으로 이동했다.

2급 간부 11명 중 5명이 일선에서 물러난 가운데 '무상급식'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대변하던 이창학 교육협력국장이 3급에서 고참 2급 간부가 맡는 행정국장으로 영전했다. 이를 두고 서울시 관계자는 "고건 전 시장(당시 민주당) 비서 출신인 점이 구제 이유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사실 박 시장이 공개적으로 밝힌 인사 원칙은 '능력이 있지만 소외된 인사들을 발탁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경제진흥실장에 권혁소 전 맑은환경본부장(현재 국내 교육 파견), 인재개발원장에 2006년 이후 외부 기관 파견 근무만 반복하던 최진호 전 교통개선추진단장, 도시기반시설본부장에 송경섭 상수도사업본부 부본부장이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