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머니(china money)'가 유럽 축구 겨울 이적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프로축구 구단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유명 선수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데일리 메일 등 영국 언론들은 최근 "중국 프로축구 수퍼리그(1부 리그)의 상하이 선화가 니콜라스 아넬카(프랑스)를 데려온 데 이어 미하엘 발라크(독일)도 원하고 있다"며 "또 다른 중국 팀 다롄 아얼빈은 드록바 영입에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다롄 아얼빈은 드록바를 놓칠 경우 프랑스 국가대표 출신의 다비드 트레제게(프랑스) 영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드록바는 2004년부터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에서 뛰며 150골(319경기)을 터뜨린 특급 공격수다. 중앙 미드필더 발라크는 '독일 축구 올해의 선수상'을 세 번이나 탄 독일 축구의 간판이다. 아넬카는 2008~2009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트레제게는 프랑스 국가대표로 A매치 71경기에서 34골을 기록했다. 중국 프로 구단은 이들에게 주급으로 최소 17만파운드(약 3억여원)를 주겠다는 파격 대우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영입 경쟁에 신호탄을 쏜 건 광저우 에버그란데. 연매출 14조원에 달하는 중국 최대의 부동산 개발기업 헝다그룹이 지난 2009년 광저우를 인수한 뒤 돈다발을 풀고 있는 팀이다. 세르비아 리그에서 활약한 브라질 출신의 공격수 클레우를 데려온 데 이어 브라질 리그에서 2년 연속 MVP에 오른 다리오 콘카(아르헨티나)를 연봉으로 160여원을 준다는 조건으로 영입했다.

광저우는 이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이번 시즌 20승8무2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리그를 제패했다. 그러자 돈 많은 다른 구단들도 나서기 시작했다. 상하이 선화의 구단주는 중국 게임업계의 거물로 알려진 주쥔으로 재산이 1조원이 넘는 거부(巨富)다. 다롄 아얼빈의 모기업은 중국 동북(東北)지방 최대의 부동산 개발회사로 매년 3조~4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해외 스타들은 전성기가 지난 뒤 거액의 연봉을 보장받고 UAE카타르 같은 중동(中東) 리그로 향했다. 이들은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현지 문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잠깐씩만 뛰다 팀에서 나오는 경우가 속출했다. 올해 UAE 프로축구 바니 야스로 옮겼던 트레제게도 석 달 동안 한 경기만 뛰고 팀에 트레이드를 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프랑스의 일간지 르 피가로는 "앞으로 많은 유명 선수들이 현역의 마지막을 중동이 아니라 중국에서 보낼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중국 구단의 '영입 러시'가 가속화되면서 아시아 프로축구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중국 프로축구는 한국·일본·중동에 밀려 아시아 무대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지난 34년간 1회 우승(1990년 랴오닝FC)에 그쳤다.

중국 프로축구의 첫 시험대는 내년 3월부터 시작되는 2012년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예선 H조의 '중국 챔피언' 광저우는 K리그 우승팀 전북 현대, J리그(일본프로축구) 1위 가시와 레이솔, 태국리그 우승팀과 16강행(行) 티켓을 놓고 겨룬다. 네 팀 중 둘만 16강에 진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