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전남 목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생 여학생들이 같은 반 친구 A양을 1년 동안 괴롭히며 폭행하다 학교 측에 적발됐다. A양은 학교 측 조사에서 "가해 학생들이 나를 화장실로 끌고 가 커터 칼을 꺼내 목에 대고 욕을 하고 떨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실실 웃었다. 배와 등을 주먹으로 때렸다"며 "솔직히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일에는 대전의 여고 1학년 B양이 '왕따'를 당하는 처지를 비관해 아파트 14층에서 투신자살했다. B양은 지난 9월 반 친구와 사소한 말다툼을 벌인 후 3개월째 그 친구와 동료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을 빼앗거나 사적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도 많다. 지난 5월 광주광역시의 한 중학교에서는 C군을 1년 넘게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중3 학생 3명이 붙잡혔다. 이들은 장난삼아 C군 옷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일 같은 반 친구들의 괴롭힘에 시달려 온 대구의 중학생 김모(14)군이 자살한 사건은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왕따와 폭력이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2005년 2518건에서 2009년 5605건, 작년 7823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피해 학생 수는 2005년 4567명이었으나 작년에는 3배가 넘는 1만3748명으로 증가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벌인 '2010 학교폭력 전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폭력으로 자살 충동을 느낀 학생이 전체의 30.8%, 죽을 만큼의 고통스러움을 호소한 학생은 13.9%에 달했다.

일본에서 '이지메'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확산된 왕따 문화는 한국으로 전염된 뒤 세계에 유례가 없고 일본 보다 더 잔인하고 악독한 형태로 진화했다.

빵을 사오라고 강요당하는 피해자를 일컫는 '빵셔틀'이라는 은어도 몇 년 전에 생겼다. 빵셔틀은 컴퓨터 게임에 등장하는 수송비행선의 이름과 빵을 조합한 신조어다. 심지어 돈을 가져오라고 강요하는 '돈셔틀', 가방을 들어주는 '가방셔틀', 숙제를 해주는 '숙제셔틀', 안마를 해주는 '안마셔틀'도 있다.

전문가들은 폭력물에 대한 노출, 가정과 학교의 붕괴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 학교 폭력이 점차 잔인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희영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위기지원팀장은 "학교 폭력은 피해 학생의 자아존중감을 낮추고, 내면의 분노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을 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라 했다.

가해 학생이나 교사, 부모들이 '왕따'를 폭력이라고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한 상담사는 "일반적으로 가해 학생의 경우 통제와 훈육을 적게 받는 편부·편모 가정이거나 가정폭력이 학습된 경우"라며 "이들은 소극적이고 의사표현을 못 하는 만만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김건찬 학교폭력 예방센터 사무총장은 "학교 교사들이 '직업인'으로 전락하면서 학업 지도 외의 인성 교육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