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차세대 전투기(FX)로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스텔스 전투기 F-35를 선정하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치가와 야스오(一川 保夫) 방위성 장관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성능 중심으로 차세대 전투기를 선정하겠다"고 밝혀 성능 면에서 가장 앞선 F-35가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는 차세대 전투기 후보인 F-35, FA-18E/F, 유로파이터 등 3개 기종의 성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16일 총리 주재회의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F-35는 스텔스 기능이 가장 앞선 5세대 전투기로, 지상 레이더와 이지스함 등의 정보를 통합해 조종사에게 전달하는 네트워킹 능력이 뛰어난 최첨단 전투기이다. 다만 경쟁 기종보다 가격이 20% 정도 비싸고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일본 현지 생산에 소극적이란 것이 약점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스텔스 성능을 갖춘 5세대 전투기 '젠(殲)-20'과 'T-50'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어, 이를 견제하기 위해 F-35를 선택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록히드 마틴사가 이례적으로 기체 정보 공개 등 일본기업이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 선정은 30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F-35를 도입할 경우 동북아 공군력 판도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인 F-35는 비(非)스텔스기에 비해 공중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일 수 있다.

지난 2006년 미 알래스카에서 벌어진 모의 공중전에서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1대가 미 공군 주력 전투기인 F-15·16·18 총 144대를 격추한 것으로 간주되는 성과를 보여 충격을 주기도 했다. F-35는 각종 전자정보를 수집하고 전자전(電子戰)도 수행할 수 있다.

일본은 2016년부터 F-35 40여대를 도입할 예정이며,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개발 중인 '젠(殲)-20'과 'T-50'은 이르면 2015~2016년 이후 실전배치될 전망이다. 동북아 강국들이 본격적인 스텔스 시대를 맞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10월 중 기종이 선정될 공군 차세대 전투기(F-X) 3차 사업과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에도 일본의 F-35 선정이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F-X 3차 사업에선 F-35를 비롯, 미 보잉사의 F-15SE, 유럽 유로파이터사의 타이푼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군 소식통은 "일본은 공중전 능력에 중점을 둔 반면 우리나라는 유사시 북한 정밀폭격 등 대지(對地) 공격능력을 중시하고 있다"며 "F-35는 대지 공격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본의 F-35 선정이 우리 F-X 3차사업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