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러시아 모스크바 소피스카야 거리의 로스네프트 본사 앞. 직원이 약 11만명에 이르는 세계 5대 석유 기업 로스네프트에서 공식 퇴근 시각인 오후 5시에 회사를 나서는 직원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 회사 직원 예브게니 호흘로프(27)씨는 "사내에서 외국어를 배우거나 업무 성과를 내려고 초과 근무를 하느라 퇴근은 아예 잊고 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인들은 20년 전만 해도 구(舊) 소련 체제에서 당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 수동적으로 살았다. 하루 3시간만 일하고도 먹고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경쟁이 몸에 밴 신(新)러시아인이 등장했다. 이들은 "러시아가 해체된 소비에트 연방(소련)의 적통을 이어받았다고는 하나 과거 소련인과는 완전히 다르고 그 누구도 소련 시대를 그리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는 8일이 되면 소련이 해체된 지 20년이다. 러시아는 지난 20년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나라로 재탄생했다. 에너지 자원의 힘이 뒷받침되고 정치가 안정되면서 변화가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