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사 토크쇼를 지향하느냐"는 질문에 최희준 앵커(45)와 박은주 조선일보 문화부장(45)은 "낙지볶음"이라고 했다. "맵고 알싸하고 먹다 보면 속 쓰리고 눈물 나고. 그래도 먹는 것을 멈출 순 없는 음식 아닌가? '판'이 그런 방송이 될 거다. 때론 낯설고 가끔은 집요하고 신랄하지만 그래도 시청을 멈출 순 없는 중독성 있는 쇼."

말발로 천리장성을 쌓고도 남을 두 사람. 이들이 의기투합한 문제적 방송, 시사토크쇼 '판'이 매주 월~목요일 밤 11시에 'TV조선'에서 방송된다. 일단 이름부터 수상하다. 왜 '판'일까. 최희준 앵커는 "기존의 상투적인 판을 깨고, 새로운 이야기판을 한번 제대로 벌여보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했다.

“우린 어차피 얼굴부터 파격인데 뭘. 진행도 더 세게 갈까봐.”농담 끝에 웃음이 터진다. TV조선 시사 토크쇼‘판’을 진행하는 최희준 앵커(왼쪽)와 박은주 조선일보 문화부장이 스튜디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방송은 두 가지 근본적인 의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첫째, '왜 시청자가 진짜 궁금해하는 걸 대놓고 물어보는 시사 토크쇼는 없을까.' 둘째, '토크쇼에 나온 손님은 보통 왜 자기 자랑이나 홍보만 하다 가는 걸까.' 박은주 부장은 "논쟁의 주인공이나 뉴스 속 핵심 인물을 직접 불러 속 시원하게 물어볼 것을 물어보고 들어줄 말을 듣는 방송을 하겠다"며 "시청자를 대표해 묻고 울고 웃는 '궁극의 피드백'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최 앵커는 1992년 SBS에 공채 2기로 입사, 뉴욕 특파원을 거쳐 경제전문채널 CNBC에서 보도본부장을 지내다 지난 9월 TV조선 보도부문 취재담당에디터를 맡았다. 특유의 리드미컬한 입담 덕에 TV조선의 주말 밤 9시 뉴스 앵커까지 꿰찼다. 최 앵커는 "화제가 되는 사람이라면 정파와 나이, 직업과 성격을 막론하고 누구나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이다. 조선일보란 탄탄한 토대 위에서 시작했지만, 조선일보라는 틀을 뛰어넘는 방송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은주 부장은 조선일보가 자랑하는 '깐깐한 논객'이다.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 2004년 조선일보로 이직해 엔터테인먼트부장·기획취재부장을 거쳤다. 현재 문화부장. '발칙칼럼' '무리한 농담' 같은 기명칼럼으로 화제를 낳았고 칼럼 '태평로'에선 거침없고 통렬한 발언을 선보였다. 박 부장은 "최 앵커가 초대손님을 배려하는 부드럽고 안정적인 진행으로 방송을 이끈다면 나는 그 옆에서 정공법으로 묻고 싶은 걸 툭툭 묻고 가려운 곳을 그때그때 긁어주는 까칠한 진행자가 되겠다"고 했다.

메인 토크 외에도 거리로 나가 열받는 시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거리 논객', 쏟아지는 시사 뉴스를 속 시원하게 해설해주는 '뉴스 토달기'도 놓치면 아쉬울 코너다. 두 진행자는 "우리는 얼굴에서부터 이미 기존 방송 틀을 배반하는 파격의 주인공"이라고 농담하면서도, "처음엔 '이건 뭘까' 하다가 나중엔 '이게 그거구나!'하면서 보게 되는 시사 토크쇼로 꾸려나가겠다"고 했다.

'파격'을 온몸으로 보여준다는 각오는 이들의 옷차림에도 살짝 반영된다. 최 앵커는 "앞으로 방송에선 항상 빨간색 양말을 신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