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당초 예상대로 외국어(영어)가 쉽게 출제돼 전국적으로 1만7049명이 만점을 받았다. 반면 언어는 다른 과목에 비해 어렵게 출제돼 이번 수능에서 고득점 여부는 언어 영역에서 갈릴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9일 발표한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영역별 만점자 비율은 언어 0.28%, '수리 가' 0.31%, '수리 나' 0.97%, 외국어 2.67%로 집계됐다. 올해 초 "모든 영역에서 만점자 비율을 1%로 맞추겠다"고 공언한 교육당국의 정책은 사실상 실패한 셈이 됐다. 30일 오전 수험생들에게 수능성적표가 배포된다.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오른쪽)과 김경성 수능채점위원장이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성 원장은 내년에도 영역별로 수험생 중 1%가 만점을 얻는 쉬운 수능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외국어, '등급 역전' 현상

올 수능 외국어 영역에서는 최상위권에서 동점자들이 대거 발생하는 바람에 1등급(6.53%) 학생이 2등급(5.28%)보다 더 많아지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외국어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4만1662명으로 2등급(3만3704명)보다 7958명(23.6%)이 더 많았다. 9단계로 나뉜 수능 등급 체계상 원래 1등급은 응시생의 4%대, 2등급은 7%대에서 결정돼야 정상이지만 외국어 시험이 워낙 쉽게 출제되는 바람에 최상위권 동점자가 많아지면서 1등급 학생들이 대거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어 영역에서는 '실력'보다는 '실수' 여부가 등급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종로학원 김명찬 평가이사는 "수능 외국어 영역이 쉽게 출제돼 평소 외국어에 강한 학생들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언어'가 주요 변수, '수리 가'도 영향

입시전문가들은 이번 수능에선 가장 까다롭게 출제된 언어 영역에서 고득점 여부가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언어 1등급 컷 표준점수는 언·수·외 가운데 작년보다 유일하게 상승, 131점(작년엔 129점)을 기록했다. 1등급 컷이 올라갔다는 것은 문제가 작년보다 어렵게 출제됐다는 의미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언어 시험을 잘 본 학생은 다른 학생보다 표준점수도 높다"며 "대학들이 정시모집 때 언·수·외 표준점수를 합산해 선발하므로 언어 시험을 잘 본 학생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수리의 경우 이과생이 치른 '수리 가'가 문과생용 '수리 나'보다 상대적으로 어렵게 출제됐다. 이에 따라 이과생의 경우엔 언어와 함께 '수리 가' 점수도 입시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언·수·외 3개 주요 영역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은 171명으로 작년(11명)보다 증가했다. 사탐(문과)·과탐(이과)까지 포함한 전 영역 만점자는 73명(문과)과 9명(이과) 등 모두 82명이었다.

◇'만점자 1% 정책' 실패로 끝나

교육당국은 올 수능에 대해 '각 영역에서 만점자 비율이 응시생의 1%가 되도록 난이도를 조절해서 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영역별 난이도가 들쑥날쑥하면서 만점자 비율이 큰 차이를 보이자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영역별 만점자 1% 방침에 맞춰 과목별 공부 전략을 짰던 학생들은 "정부 말만 믿고 공부했다 뒤통수를 맞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태제 교육과정평가원장은 "이번 채점 결과를 정밀 분석해 내년에도 만점자 비율 1%라는 정책 목표에 맞도록 출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 원점수

각 과목(영역)에서 맞힌 문항의 문항당 점수를 그대로 더한 점수. 언어·수리·외국어는 100점 만점, 사탐·과탐은 50점 만점.

☞ 표준점수

수능 응시자 가운데 수험생의 상대적인 위치를 나타내는 점수. 시험이 어려우면 상위권 학생 표준점수는 올라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