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교수가 그간의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보라매공원 근처에서 만난 서경덕(성신여대) 교수는 호기심, 열정, 그리고 진실함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그는 요즘 한국과 외국을 오가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를 누비며 '대한민국'이라는 네 글자를 알리는 활동이 너무나 소중해 피로같은 건 느낄 겨를이 없다고 했다.

◆에펠탑 앞에서 시작된 한국 알리기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교수.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의 진로가 바뀌게 된 일생일대의 사건은 1995년 광복절에 일어났다. 유럽 배낭여행 길에 오른 그는 8월 15일에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앞에서 특별한 기념식을 열었다. "유럽 각지에 흩어져 있는 우리나라 학생들을 모아 광복절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는데, 놀랍게도 300명의 학생들이 모였어요."

당시만 해도 해외에 나가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인이세요, 아니면 일본인이세요?"라는 질문을 받기 일쑤였다.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그들에게 우리나라를 알리고 싶었고, 그 작은 소망은 '에펠탑 기념식'을 통해 소박하게나마 이뤄졌다. "그날 그곳에 모인 300명의 학생들과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고, '아리랑목동'과 '아리랑'도 불렀어요. 어느새 주위에 있던 외국인들까지 함께 어울려 둥글게 원을 그리고 있더군요."

이 일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는 운명처럼 한국 알리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2005년 세계를 놀라게 한 뉴욕타임스의 '독도 광고'는 그가 한국 홍보 전문가로 널리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자비를 털어 뉴욕타임스에 6분의1 광고를 실었죠. 세계 유력 언론인 뉴욕타임스에 일본의 부당함을 알리는 광고를 실으면 분명 효과가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너도나도 한국 알리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광고가 나간 후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교민들도 십시일반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20년간 세탁소를 운영하던 한 교민은 광고 원본 파일을 세탁물을 보호하는 비닐에 인쇄해 사용했고, 택배회사를 운영하던 또다른 교민은 택배 포장 박스에 이를 인쇄해 세계 사람들에게 독도가 우리의 땅임을 알리는 일에 앞장섰다.

◆타임스퀘어에 걸린 비빔밥 광고

이후 그의 활동 반경이 점차 넓어졌다. 독도 캠페인을 시작으로 한글, 한식, 한복을 알리는 일도 쉬지 않고 이어갔다. 그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갔다. 가수 김장훈씨도 그중 한명. "독도 관련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김장훈씨가 독도 광고를 자비로 진행하고 싶다는 제안을 해왔어요. " 현재 그를 돕는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디자이너 이상봉, 미술가 강익중은 대표적인 인물. 기업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는 고마운 손길이다.

한국 알리기에 나선 지 16년. 그는 지난해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비빕밥 광고'를 상영한 일을 최고의 사건 중 하나로 꼽았다.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타임스퀘어에 비빔밥 광고를 틀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했어요. 무척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죠." 타임스퀘어에 단일 국가를 상징하는 광고가 걸린 것은 '비빔밥 광고'가 처음이었다. "파장이 정말 대단했어요. 유튜브에 올려진 비빔밥 광고는 1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지요."

그는 요즘도 변함없이 한국 홍보 활동에 열심이다. 한 주는 해외, 한 주는 국내에 머물려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에는 한복 알리기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는 그는 자신과 같은 꿈을 가진 후배들을 양성하는 활동에도 열심이다. "저 같은 꿈을 꾸며 조언을 구하는 어린 친구들이 많아요. 고마운 일이죠."

그는 우리 국민은 누구나 '민간 홍보대사'라며, 글로벌 시민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에티켓을 준수하는 것만으로도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청소년 여러분이 활동할 무대는 우리나라가 아닌 전 세계잖아요. 더 큰 꿈을 꾸며 많은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넓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