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앞에 있는 동네 남자들 다 탈모잖아. 방사능 때문에 그런 거예요." (월계2동 주민 권모씨)

"방사능 수치가 2.0 이상 나온 동네는 주민들이 다 강제 이주됐대요. 우리는 그것보다 수치가 높게 나왔대." (월계2동 주민 박모씨)

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월계동 인덕공업고등학교 앞에는 주민 50여명이 모여 있었다. 노원구청 토목과 직원들이 인덕공고 앞 도로에서 주민 설명회를 한 자리였다.

노원구청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방사능 이상 수치로 문제가 된 도로 세 곳에 대한 방사선 검출 검사를 벌인 결과, A아파트 골목 두 곳(각각 폭 6m, 길이 90m)에서는 방사성물질 세슘137의 최대 방사선량 수치가 1.4μSv(마이크로시버트), 인덕공고 앞 골목(폭 6m, 길이 220m)에서는 1.8μSv가 나왔다. 기술원 측은 정밀 조사 결과를 8일 발표하기로 했다.

이날 구청 관계자는 방사능 위험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아스팔트를 어떻게 걷어냈고 앞으로 어떻게 포장 공사를 할 것인지 15분간 설명했다. 노원구청 한광석 토목과장은 "토목만을 담당해서 정확한 방사능 위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구청장 지시로 4일부터 사흘에 걸쳐 아스콘 포장을 싹 걷어냈다"고 말했다.

해당 도로가 인체에 얼마나 위험한지 정부 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도로를 모두 파헤친 것이다. 노원구청 측은 "포장 공사에 예비비 1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서울시에 예산을 신청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청 직원들이 A아파트 근처에서 예정된 2차 설명회를 하려고 현장에서 물러가자 주민들은 격앙하기 시작했다. 다섯 살 아들을 업고 나온 주부 이모(49)씨는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 증세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구청에선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도 하지 않고 아스팔트를 걷어내버리니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일부 주민으로 결성된 '노원구 방사선 검출 비상대책위원회'가 암이나 피부염, 천식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주민들로부터 '방사능 피해자 진정서'라는 문건을 접수하기도 했다. 비대위 총무를 맡고있는 육도군(42·공인중개사)씨는 "과거 체르노빌 원전 사태 때 강제 이주 기준 방사능 수치보다 지금 여기가 높은 걸로 알고 있다"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아픈 부위나 앓고 있는 병을 재조사해 항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장을 방문, 2000년 이후 서울시에서 공사한 아스팔트 도로에 대한 방사능 오염 전면 조사를 지시했다. 현장에서 환경운동연합 김혜정 위원장이 "문제 도로 주변에서 10년 이상 살고 있는 주민들이 갑상샘 암 등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하자, 박 시장은 즉석에서 인근 주민에 대한 역학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주민은 "시장이 현장에 직접 찾아올 정도면 문제가 심각한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당시 김석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실장이 "환경단체가 우려하는 부분이 사실과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으나, 박 시장은 "아무리 극소량이라도 측정된 것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에 예방 행정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1일 방사능 이상 수치가 접수된 이후 2000년에 시공한 서울 시내 아스팔트 도로 250여곳을 모두 조사 중"이라며 "서울에 아스콘을 공급하는 16개 업체 공장을 조사했지만 방사능 관련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