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4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문제점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내년 4월 총선에서 FTA를 국민투표에 같이 부치고 결과에 따라 다음 국회에서 처리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 방안은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3일 야 5당 대표 연석회의에서 제안한 것이다. 국민투표에 대한 논란이 일자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당론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계 어느 나라나 FTA 비준안을 비롯한 국제조약은 의회에서 처리한다. 우리 역시 2004년 2월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그동안 7건의 FTA 비준안을 모두 국회에서 처리했다. 그런 사정을 뻔히 아는 민주당이 국민투표를 들고 나온 것은 미국과의 FTA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나라와의 FTA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주장인 듯하다.

지난 7월 발효된 한·EU FTA의 경우 EU의 GDP는 16조2422억달러로 미국의 14조5265억달러보다 크고, EU측이 앞서 협상이 타결된 한·미 FTA를 참고했기 때문에 거의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지난 5월 한·EU FTA가 국회에서 처리될 때는 표결에 불참하며 물리적 충돌을 피했다.

작년 초 여권 내에서 세종시 수정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이 거론됐을 때 민주당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결정할 일을 왜 국민투표에 부쳐 국민들을 분열시키려 하느냐"며 강력하게 반발했었다. 민주당은 당시 이동관 홍보수석을 국민투표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로 지목하면서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었다. 사실상 수도를 옮기는 문제에 해당하는 세종시 문제도 국민투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던 민주당이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의회에서 처리하고, 우리도 그렇게 해왔던 FTA 비준안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주당 손 대표는 과거 한·미 FTA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잘한 일로 꼽았었고, 주한 미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한·미 FTA 지지 입장을 몇 차례씩 확인했었다. 손 대표는 2008년 민주당 대표직을 처음 맡았을 때만 해도 "민주화세력이 선진화와 세계화를 거부하면 미래가 없다"면서 "FTA 비준을 끝내 거부했다간 언젠가 그 책임이 민주당에 돌아 올 수 있다"고 걱정하기도 했었다.

그랬던 손 대표가 한·미 FTA 결사반대로 돌아선 것은 자신이 내년 대선에서 통합 야당 후보가 될 수 있느냐 여부가 이 문제에 달렸다는 정치적 판단이 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당의 투표 저지 속에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를 유도하기만 하면 야권의 대선후보 자리를 꿰차고 차기 대통령까지 될 수 있다는 손 대표 셈법대로 세상이 굴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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