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씨

"몽골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저는 그때 죽었을 겁니다."

19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만난 탈북자 김혁(29)씨는 이렇게 말하면서 잠시 눈을 감았다. 김씨는 북한 청진에서 태어나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형(31)과 함께 함북 온성의 고아원에서 자랐다.

고아원을 나와 형과 헤어진 뒤 두만강을 건너 중국을 오가며 쌀과 옥수수 밀(密)무역을 했고, 1998년 10월 보위부에 붙잡혀 함북 전거리교화소에서 2년여간 감옥생활을 했다. 교화소는 지옥이었다. 그는 "교화소에서 23명이 한방을 썼지만 제가 나올 땐 굶주림과 고문 등으로 단 2명만 살아 있었다"고 했다.

2000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들어간 뒤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2001년 7월 몽골로 향했다. 18시간 동안 사막을 헤매다 몽골 군인들을 만나 목숨을 건졌고 천신만고 끝에 한국으로 들어왔다.

김씨는 하루 17시간씩 일해 어렵게 한국에서 자리를 잡았다. 2006년 가톨릭대 인문학부에 입학한 뒤 고마운 몽골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그해 10월부터 구호단체 월드비전을 통해 몽골 소녀 아르사드 냠수렌(Arsad Nyamsuren·13)양을 돕고 있다.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에서 북한학을 전공하면서 지도교수의 프로젝트를 돕거나 안보 강연 등을 통해 한 달 70여만원을 벌어 그중 3만원을 매달 월드비전에 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