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산층 남성들은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가사분담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지만, 실제 참여도는 오히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분담에 대해 이중적(二重的)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생각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지만,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점점 더 많은 가사일을 책임져야 하는 중산층 남성들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설문조사 전문업체인 마크로밀이 최근 대웅제약 의뢰로 전국 901개 가정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소득이 200만~300만원대인 가구의 남성들은 공평한 가사분담에 대해 69.6%가 찬성했다.

반면 소득이 오를수록 부정적인 의견이 늘어나 소득이 600만원 이상인 가구 남성들은 55.9%만이 이에 찬성했다. 전체 평균은 63.3%였다. 이기영 서울대 교수(소비자가정학)는 "남성 소득이 높아질수록 가사보다 일을 통해 얻는 가치를 높게 평가하므로 가사 노동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가사분담 정도는 정반대였다. 가구 월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가정에서 남편의 가사분담률은 17.4%로 가장 낮고, 월소득이 400만~600만원인 가구가 24.6%로 가장 높게 나왔다.

남편의 가사노동 참여에 대한 아내의 만족도 평가에서도 소득 600만원 이상인 가구에서 39.4%로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였고, 소득 200만~300만원 사이에서 가장 만족도(30.6%)가 낮았다. 마크로밀 장은아 부장은 "중산층 가정에서 소득과 남성의 가사분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반비례하는데, 실제 가사참여도는 서로 비례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유계숙 경희대 교수(아동가족학)는 "중산층 가정의 경우 소득이 높아지면 맞벌이 부부의 비율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맞벌이를 하면 남편의 가사분담에 대한 압력도 점점 높아지는 반면, 가계소득은 높아지면서 남편들의 사고방식은 더 보수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생각과 현실의 격차가 커진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저소득층이나 고소득층과 비교해볼 때, 중산층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내가 일을 그만두었을 때 가정 살림에 미치는 타격이 훨씬 크다"면서 "그래서 중산층 남편들은 못마땅하더라도 참고 가사 일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