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전국 교육과정 최우수 학교, 서울시 학력 신장 우수학교, 2008년 서울시 독서토론·논술교육·과학교육 우수학교, 2010년 과학 중점학교 지정…. 오는 2046년이면 개교 100주년을 맞는 서울고등학교의 현재다. 65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고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소설가 최인호, 탤런트 이순재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핵심 인재를 배출해낸 명실상부한 명문고로 잘 알려져 있다. '명문'의 이름에 걸맞게 특목고의 강세와 늘어나는 자율형 사립고 사이에서도 서울고만의 인성 지도와 맞춤형 교육으로 지난해 평균 입학 경쟁률 17대 1을 기록하며 공립고의 자존심을 지켰다.

장천 교장(왼쪽)이 교문 앞에서 학생들과 포즈를 취했다. (순서대로) 주정호·육강민·조재훈·강보성·이준영·명재연·이두용 군(이상 2학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고… "인성교육 바탕으로 학력신장 할 것"

서울고의 역사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맞닿아 있다. 1946년 첫 삽을 뜬 서울고가 자리한 경희궁 옛 터는 8·15 광복을 맞아 폐교된 일본인 학교(경성중학교)의 부지였다. 해방 이후 서울고는 전국의 수재들이 입학을 원하는 최고의 명문으로 급부상했다. 1960년 서초동 교사로 이전한 서울고는 특유의 인성 교육과 학력 신장으로 현재까지 명문고의 저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월 부임한 장천 교장(서울고 26회 졸업)은 "과거의 명성에 연연하지 않는다. 서울고의 교육 목표는 '인성 교육을 바탕으로 한 학력 신장'이다. 공부를 잘하건 못 하건 수준에 맞는 맞춤 교육과 학생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유서 깊은 동아리 활동, 동문 멘토링 제도, 과학 중점학교의 장점을 살렸다"고 말했다.

특히 방과 후 프로그램인 '서울비전아카데미'는 서울고만의 자랑이다.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종합반과 교과 과목을 중심으로 단과반(논술, 언어, 수리, 영어 등), 주말반(CNN 청취반, 수리심화반 등) 등을 수준별로 개설해 사교육 의존도가 높던 중·상위권 학생과 다소 학업이 부진한 학생들의 학습 효율을 높였다. 이는 입시결과로도 나타났다. 2007~2010학년도 전국 일반계고 중 서울대 최다 합격자 배출고 2위(58명), 2011학년도 대입에서는 서울 주요 9개 대학 합격자 119명을 기록했다. 명재연(2학년) 군은 "학생들이 자기가 필요한 과목을 수준별로 선택해 수강할 수 있어 전교생의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과학 중점학교의 장점도 대폭 살렸다. 'R&E (Research&Education)'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R&E'는 대학과 고교를 연계한 일종의 과학탐구 활동이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팀을 꾸려 연구 계획서를 제출, 선발된 팀은 동문 선배들과 학부모로 구성된 지도교수(서울대 의대 등)의 연구실을 방문해 연구활동을 진행한다. 현재 나노 입자의 실용성 탐구, 친환경 작물 재배 등의 연구가 시행되고 있다. 장 교장은 "특목고나 자사고의 커리큘럼에 뒤지지 않는다. 동문과 연계한 점이 특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최초 동문·대학생 멘토링 실시… 진로·인성 동시에 잡는다.

서울고는 전국 최초로 대학생과 동문 멘토링 제도를 실시한 학교다. 한 반에 졸업 동문 2명씩 멘토로 배정해 언제 어디서나 진로와 학업 상담이 진행되게 했다. 의대 진학이 목표인 주정호(2학년) 군의 멘토는 현 의대 교수 선배다. 주 군은 "힘든 일이 있거나, 필요할 때 언제든 연락해서 조언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부터는 장 교장이 직접 총동문회에 의뢰, 다양한 직업군의 선배를 초청해 재학생의 진로설정에 도움을 주는 '선배와 함께하는 명품 감동 강연'을 격주마다 연다. 최근 신각수 주일대사, 이영석 총각네 야채가게 CEO 등이 학교를 찾았다. 매일 야자시간에는 대학생 멘토가 자율학습이 진행되는 '인왕관'에서 대기한다. 'Q&A실'을 마련해 공부 중 의문점이 있으면 즉각 해결할 수 있게 했다.

1977년부터 매해 동문, 학부모, 학생 패널이 참가하는 교육대토론회를 비롯한 독서 골든벨, 문학 탐방, 저자와의 대화 등 다양한 비교과 활동 분야를 개설해 학생의 스펙이 저절로 쌓일 수 있게끔 유도한 것도 장점이다. 학년별로 매년 진행하는 봉사활동(음성 꽃동네, 전일제 농촌 봉사활동)과 함께 미국·중국·일본의 유수 학교(월트 위트먼고, 북경 육재중)과 결연을 하고 홈스테이, 상호 교류 등을 진행해 학생들의 시야를 넓히는데 힘쓰고 있다. 장 교장은 "학생들이 교내활동만 잘해도 저절로 인성 교육이 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입시에만 신경 쓰는 사립고는 상위권 학생을 제외하고는 학교의 혜택을 누리기가 어렵습니다. 일반계고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은 다양한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되, 여건이 된다면 개별 활동을 지원해주는 것입니다. 입시로만 학생을 이끄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서울고의 교훈인 '깨끗하자, 부지런하자, 책임지키자'만 실천한다면 어느 사회에서나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리라 봅니다. 이 전통은 서울고가 존재하는 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