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이모(25)씨는 최근 교내 여자 화장실에 붙어 있는 홍보 포스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 이 순간, 아직도 그와의 하룻밤을 걱정하고 있나요? 이제 필요한 건 실전 지식과 솔직한 대화뿐!"이라는 글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와이즈우먼(현명한 여성) 캠페인 홍보대사가 피임을 권장하고 블로그 방문을 유도하는 포스터였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주최한 와이즈우먼 캠페인은 지난달부터 오는 10월까지 대학생 홍보대사 8팀이 피임 장려 기획안을 내고, 최대 200만원의 실행비를 지원받아 피임 캠페인을 벌여 우승팀을 선정하는 기획이다. 우승한 학생들은 상금 1000만원과 인턴 기회를 얻게 된다.

홍보대사들은 페이스북과 각종 포털 사이트에 블로그를 만들어 피임 관련 글을 올리며 홍보를 하고 평가받고 있다. 이씨는 "이제 대학에 막 들어온 신입생들도 볼 텐데 표현이 너무 직설적이라 놀랐다"고 말했다.

경쟁을 하다 보니 자극적인 문안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요즘 대학생들의 동거가 늘었다는 기사와 함께 "피임약을 복용하면 동거를 하면서 걱정 없이 건강한 성생활을 할 수 있다"는 글을 올린다. 또 피임약을 복용하다가 중단한 뒤 다른 남자와의 불륜으로 아이가 생겼다는 내용의 TV 드라마를 거론하면서 '(한때의) 피임약 복용이 임신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라는 설명을 붙이기도 한다.

피임약에 여드름 완화 등 피부미용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선전하기도 한다. 한 블로그에는 "피임약은 절대 위험하지 않다. 오히려 여드름을 완화해 피부를 매끈하게 유지해주고, 대장암, 자궁근종, 류머티즘성 관절염 등을 감소시키며, 난소암도 예방한다"고 돼 있다. 피임약을 예찬하는 수준이다.

학생들 반응은 엇갈린다. 김신애(여·23)씨는 "동거나 불륜처럼 극단적인 사례를 긍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정모(25)씨는 "요즘은 낙태하러 중국까지 간다는 말이 있는데 차라리 이렇게라도 홍보를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첫 성경험 나이가 15세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대학생 피임 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시작한 캠페인"이라며 "선진국에서는 고등학교에서 피임 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최영식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피임약이 무조건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캠페인 내용 중 일부는 지나친 점이 있다"고 말했다.

[키워드]

[피임약]

[대장암]

[자궁근종]

[류머티즘성 관절염 ]

[난소암 예방]

["여자의 성(性), 그녀만큼 복잡미묘하네"]

[찬반토론] "피임약으로 동거 걱정 끝" 낯 뜨거운 피임 캠페인 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