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부터 우리나라 상공에서 사상 처음으로 공중 급유(給油) 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계속될 이 훈련에는 미군 공중급유기가 우리 공군 주력기인 F-15K와 F-16·KF-16에 공중에서 급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군 관계자는 19일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嘉手納) 주일미군기지에서 출동한 미군 KC-135 공중급유기를 활용한 공중급유 훈련이 서해 상공에서 실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훈련에서 한국 F-15K와 F-16·KF-16 조종사 각각 8명 등 16명이 미 공군 교관 조종사 9명과 함께 주·야간 2회씩 공중급유 비행을 해 공중급유 자격을 얻게 된다"며 "앞으로 6개월마다 공중급유 훈련을 실시해 조종사의 자격을 유지하도록 하고 내년부터는 매년 16명씩 신규 자격자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5분 안에 공중급유 실시해야

공중급유는 고속으로 날아가는 항공기들 간에 기름을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작은 실수나 오작동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16일 서해상에서 실시된 첫 훈련에서 미 KC-135 공중급유기와 공군 F-15K는 붐(Boom)이라 불리는 급유 파이프를 F-15K의 수유구(受油口)에 꽂은 채 시속 700여km의 고속으로 비행했다. 급유기의 붐과 F-15K 수유구가 붙어 있었던 시간은 약 5분. 급유기와 F-15K 간 거리는 15m, 급유기와 F-15K 간 고도 차이는 5m에 불과했다. KC-135 급유기는 최대 승용차 1000여대분의 기름을 실을 수 있어 '날아다니는 주유소'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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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훈련은 F-15K가 KC-135 후미의 붐에 접근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지정된 구역에 F-15K가 들어서자 급유기 후미에서 붐을 움직이는 조작사(Boom Operator)가 급유기 바닥의 유리창을 통해 스틱으로 붐을 움직여 F-15K 수유구 입구에 갖다댔다. 컴퓨터로 풍향, 풍속, 두 항공기의 자세 등을 계산해 자동으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조작사가 눈으로 봐가며 맞추는 것이 공중급유에서 요구되는 가장 고난도 훈련이다. 붐과 F-15K 수유구가 맞춰지자 전기 신호가 자동으로 잠금장치(Lock)를 작동했고, 이어 급유가 시작됐다. F-15K 조종사는 붐이 수유구에서 빠지지 않도록 급유기의 움직임에 맞춰 세밀하게 전투기 자세를 조종했다. 급유가 끝난 뒤 붐 조작사가 잠금장치를 풀어 붐을 회수하는 것으로 급유훈련은 끝났다.

이날 훈련에 참가했던 공군 제11전투비행단 소속 F-15K 조종사인 명대성 소령은 "그냥 수평으로만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급유기가 선회를 하면 똑같이 따라서 선회를 해야 했기 때문에 예상보다 힘들었다"고 말했다.

세계 30여 개국이 공중급유기 보유

공중급유기는 전투기 출격률을 2배로 높이고 무장 탑재량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공중급유기 1대는 전투기 22대와 맞먹는 전투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수송기로도 사용될 수 있어 미국·러시아·중국·영국 등 군사강국은 물론 모로코·칠레 등 공중급유기 보유국은 30여 개국에 달한다.

공군은 당초 1조4000억원의 예산으로 2017년까지 공중급유기 4대를 도입하려 했으나 예산이 전액 삭감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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