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004년 8월 한·중 외교부 합의를 통해 고구려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는 왜곡된 주장을 중단·시정키로 약속한 뒤에도 각종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왜곡된 주장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 재외공관 홈페이지 역사 왜곡

중국은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재외공관의 홈페이지에 버젓이 고구려사를 자신들의 역사로 소개해놨다. 주(駐)프랑스·호주·우크라이나 대사관은 "고구려는 중국 고대 변방의 소수민족 정권"이라고 기술했다. 이 가운데 주호주 대사관은 "고구려는 중국 역사상 중원왕조 관할 범위 내에서 주로 활동했으며, 역대 왕조와 종속관계를 유지하며 중원 왕조의 제약과 관할을 받았던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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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관영 CCTV는 홈페이지에 '중국 고구려 왕성'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고구려의 첫 도읍지 졸본성(卒本城)을 "중국 고구려 왕성"이라고 소개하고 "고구려는 중국 고대 변경의 소수민족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자료를 수집해 온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18일 "중국문화네트워크·중국문물네트워크 등 중앙정부 소속기관들이 '고구려는 중국 고대 변방 소수민족 정권'이란 주장을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정부는 그 표현이 더 노골적이며, 발해까지도 자신들의 역사로 주장하고 있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단둥시위원회 웹사이트 '단둥정협망'은 "압록강 유역의 산수는 한족 이외 많은 소수민족을 양육했다. 고구려·발해국 같은 이러한 소수 민족들이 지방정권을 수립했는데, 그들은 줄곧 중원 역대 왕조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적고 있다.

고구려사 왜곡은 중국이 2002년부터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추진해 온 '동북공정'의 핵심 내용이다. 중국 정부가 국가기관 홈페이지에 동북공정을 홍보하면서 왜곡된 우리나라 역사를 기술하는 것은 2004년 8월 한·중 양국 간에 맺은 '구두양해사항' 합의에 어긋난다. 양국은 당시 외교 차관 간에 ▲중국 정부 차원의 고구려사 왜곡 중지·시정 추진 ▲양국은 고구려사 문제의 해결 및 동 문제의 정치화 방지 노력 등에 합의했었다.

중국의 중·고등 역사교과서로까지 왜곡 주장 번질 조짐

중국 정부가 학술비를 지원해 만든 동북공정 연구물들도 2007년 이후 8종이 발간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과부 산하 동북아 역사재단은 "2007년 이후 동북공정 과제로 발간된 결과물은 모두 8종에 이른다"며 "이전엔 주로 중국사회과학출판사에서 발간됐으나, 2007년 이후 다른 출판사나 지방 출판사에서 발간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은밀히 동북공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기관 전문가는 "중국이 2000년대 초반처럼 공식적으로 동북공정을 추진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미 중국인들 사이에선 고구려·발해를 자신들의 역사로 인식하고 있다"며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한 것"이라고 했다. 국립민속박물관 하도겸 학예 연구사는 "중국이 다음 달쯤 고구려·발해뿐 아니라 고조선까지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하는 내용의 중·고교 역사교과서를 발간할 가능성이 크다"며 "동북공정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

외교부 "중국 합의 위반 없다"

외교부는 2010년부터 중국측의 역사 왜곡에 대처하기 위한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지만, 중국 국가기관의 고구려사 왜곡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달 주호영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에서 "2005년 이후 중국 중앙정부의 구두양해 위반 사례는 없으며, 다만 지방 정부 차원에서 일부 시정되지 않은 사례가 잔존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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