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석 전북 전라고 진학부장·전주시 진학부장협의회 회장

바야흐로 입시의 계절이다. 시린 손을 불어가며 예비고사장으로 향하던 기성세대나 언 발을 동동거리면서 대학별 본고사장에 들어간 제자들을 기다리던 경험을 가진 노교사들에겐 한여름 입시철이라는 것이 낯설고 어색한 일일 수도 있지만 지금 전국은 수시모집과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수시 1·2차, 정시, 추가 모집 등 다양한 모집 시기의 입학 정원 가운데 수시모집의 비율이 이미 60%를 넘어섰고 서류평가와 면접이 중요 전형 요소인 입학사정관제 전형도 그 비율이 전체모집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운동경기로 말하자면 결승전의 전반전을 우린 지금 치러야 하는 셈이다.

수시모집이나 입학사정관제 전형도 일부 대학에서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수능의 중요성은 입시전체를 통해서 가장 크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그러나, 학업과 기타 다양한 영역에서의 잠재력을 정성적(定性的)인 기준으로 선발하려는 대학과 내신과 수능 성적의 부족을 특성화된 전형으로 해결해보려는 수험생이 일으키는 물보라는 가히 총성 없는 전쟁이라 불러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작년에 우리 학교 졸업생 가운데 내신 반영교과 평균 등급이 1.8, 수능 언어 2등급, 수리 2등급, 외국어 2등급, 과학탐구는 세 과목 각각 1·2·3등급을 맞은 학생이 수시 2차모집에서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지역인재 전형에 합격한 경우가 있었다. 해당학과의 수시 1차나 정시모집 합격생들의 내신 평균 등급과 수능 평균은 모두 같지 않았음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것은 모집 시기와 전형의 유형에 따라서는 정량적(定量的)적인 요소상의 서열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수시 모집, 그리고 입학사정관제전형의 성패는 무엇보다도 대학 측에서는 다양한 요소에 대한 수험생들의 잠재적 능력에 대한 평가의 객관성을 얼마나 최대한 끌어올리느냐와 그렇게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입학한 학생들에게 과연 얼마나 차별적인 교육적 과정과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개별적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수험생의 측면에서는 수시, 그리고 입학 사정관제, 면접, 각종 증빙서류, 정시, 수능, 내신, 논술고사, 적성고사라는 입시의 많은 요소와 양상 가운데 자신에게 유리한 요소는 무엇이며 적절한 전형은 무엇인가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과도하게 한 곳으로 집중되지 않는 수험 전략인 듯하다. 한마디로 다양한 기회가 있지만 너무 많은 우연을 기대하게 되면 결국 아무 것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할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과 기회의 풍요 앞에 놓여 있음을 직시하는 태도가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