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에 당선된 곽노현(58) 서울시교육감의 박명기(53) 후보(서울교대 교수) 매수 의혹 사건은 양측의 은밀한 선거 전 약속에 따라 선거 후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형식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29일 '사전 약속은 없었고, 궁박한 처지의 박 후보를 선의(善意)로 도왔다'는 곽 교육감의 전날 해명에 대해 "수사 상황과 다르다"고 밝혔다.

증거와 관련자 조사를 통해 두 후보 진영 인사들이 작년 5월 19일 후보 단일화를 발표하기 직전인 17일과 18일 2차례 비밀 회동을 가진 데 이어 두 후보가 직접 '은밀한 약속'을 했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전 약속 부분은 이번 사건의 핵심 중 하나"라며 "조건 없는 단일화가 아니라 '사후 경제적 지원'을 조건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 약속은 올 2월부터 이행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지원 과정은 '드러나게 지원하면 오해가 있을 수 있기에'(곽 교육감의 표현) 은밀하게 이뤄졌다. 곽 교육감에게서 나온 현금 2억원이 친구 강모(58) 교수를 통해 박 교수 동생의 처남댁인 최모(여)씨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이 돈 중 1억5800만원이 박 교수 동생에게 송금되면서 계좌추적에서 검찰에 노출됐다. 검찰은 올 6월 박 교수가 서울시교육발전자문위원회에 자리를 얻은 것도 사전 약속에 따른 대가라며 박 교수의 구속영장에 포함시켰다.

현금 2억원은 어디서 나왔을까. 검찰은 곽 교육감 부부가 개인적으로 모은 돈이거나 다른 곳에서 끌어왔을 가능성, 또는 두 성격의 돈이 합쳐졌을 가능성을 모두 추적하고 있다.

곽 교육감은 작년 교육감 당선 직후 8억4694만원 부채가 있다고 재산 신고를 했다가 35억2900만원의 선거비용을 보전받으면서 올 3월엔 15억9815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검찰은 곽 교육감이 자기 재산 16억원가량 중 일부를 박 교수에게 줬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곽 교육감 부인 정모씨는 올 2월 3000만원을 자신의 계좌에서 인출했고, 검찰은 이 돈이 박 교수에게 전달된 돈 일부로 보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곽 교육감이 ▲판공비 등 예산 ▲서울시교육청의 각종 사업과 관련해 제삼자로부터 끌어온 돈을 박 교수에게 건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만약 2억원 중 일부라도 개인돈이 아닌 판공비 같은 돈이 있다면 사건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곽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 혐의(후보 매수 행위)로 기소된다면 국고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35억2900만원은 어떻게 될까.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가 확정된다면 선거비용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무죄 혹은 교육감직 유지가 가능한 벌금 100만원 미만의 형을 받거나 검찰이 기소하기 전에 교육감직에서 자진 사퇴하면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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