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곽노현 후보(현 서울시교육감)측과 박명기 후보(서울교대 교수) 진영 인사들이 나눈 대화를 녹음했던 여러 종류의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지난해 5월 19일 후보 단일화를 발표하기 직전인 5월 17일 저녁 서울 사당동에서, 18일 아침 서울 모처에서 2차례 가진 비밀 회동에서 두 후보측이 '은밀한 약속'을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과 두 후보 진영 인사들에 따르면, 박 후보와 곽 후보 측근들은 작년 6·2 지방선거 2주 전인 5월 17일 저녁 서울 사당동에서 첫 비밀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시민단체측 중재자 역할을 맡은 한 인사도 참석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서울시교육감 진보·좌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곽 후보와 박 후보간 현금 대가 등이 거론됐고 이 과정에 시민단체 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회동에서 박 후보측은 "단일화를 하더라도 그 동안의 선거비용은 보전해줘야 할 것"이라고 운을 뗀 뒤 "그동안 선거 우편물 등을 발송하느라 7억원 이상 빚을 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당동 비밀회동에서 곽 후보측은 "7억원 뿐 아니라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박 후보측 관계자가 검찰에서 진술했다. 회동에서 곽 후보측은 "이 자리는 향후 박 후보가 서울시교육감이 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후보측은 차기 서울시교육감 자리를 차지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박 후보와 박 후보 측근인 C교수는 비밀회동 협상 도중에 들어왔고, C교수가 "구두 약속은 못 믿으니 서명하자"면서 각서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민단체측 중재자로 회동에 참석한 인사도 "약속 사항을 녹음하고, 필요한 내용은 사진도 찍어 증거로 남기자"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이 증거를 남기자는 제의를 곽 후보측이 거절하면서 1차 협상은 결렬됐다.

1차 협상이 결렬된 뒤 박 후보측 캠프에서는 "여론조사에서 박명기 후보가 곽노현 후보에 불리하지 않으니 교육감 선거를 끝까지 치르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날(5월 18일) 아침에도 곽 후보측은 박 후보측에 집요하게 단일화를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곽 후보측은 이날 아침 또 다시 '7억원' '경제적 어려움 해결'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위원장 임명' 등 세가지를 단일화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박 후보측 관계자가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좌파 진영 원로들은 "단일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끼리 투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박 후보를 압박했다. 결국 다음날인 19일 곽·박 두 후보는 "아무런 조건없이 곽 후보로 단일화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6월 2일까지 박 후보는 곽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곽 교육감 당선 뒤에는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위촉됐다. 당초 약속한 자리인 서울교육발전자문 위원장자리에는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가 임명됐다. 지난 6월 꾸려진 이 자문위원회는 각계 교육전문가 25명으로 구성됐으며, 이들의 의견이 곽 교육감의 중요 교육 정책들에 반영돼 왔다.

양측의 관계자는 그러나 곧 갈등관계가 됐다. 약속했던 돈을 선거이후에도 전해주지 않자, 작년 10월 박 후보가 이 내용을 A4용지 7장에 기록해 곽 교육감측에 전달했고, 그 후 곽 교육감이 박 후보에게 돈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키워드] 곽노현 스캔들|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한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