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57) 서울시교육감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섰다. 그는 당장 정치적 위기에 빠져 있을 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경제적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

2억원을 박명기(53) 서울교대 교수에게 줄 정도로 '여유'가 있었던 곽 교육감이었지만, 이 돈을 건넨 목적이 검찰 수사결과 '선의'가 아님이 드러나면 선거비용 명목으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돈 35억원 여 원을 국가에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다름 아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만들었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오 전 시장은 '오세훈 선거법'으로 불리는 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 현행 정치관계 3법의 국회 통과를 주도했다.

당시 마련된 법규정에 따르면,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이 확정된 사람은 선관위로부터 받은 돈을 반환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죽은 오세훈이 산 곽노현을 쳤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2004년 당시 오세훈 선거법은 ‘돈 안 드는 선거’, ‘투명한 정치자금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공직선거법(당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65조의2는 이때 신설됐다. 이 조항에 따르면, 당선이 무효화된 사람은 보전받은 선거금액을 국고에 반환해야 한다.

지난 3월25일 공개된 시·도 교육감 신고 재산현황을 보면 곽 교육감의 재산은 15억9815만원. 지난해 7월(-6억8076만원)에 비해 22억7892만원이 증가했다. 곽 교육감은 지난해 7월 신고 당시 6·2 지방선거를 치르느라 28억4000여만원의 빚을 져 재산 총액이 마이너스 상태였으나, 그 뒤 선관위로부터 35억2000만원가량의 선거비용을 보전받아 재산이 증가한 것이라고 했다. 곽 교육감은 죄가 확정될 경우, 이 돈을 고스란히 내놓아야 한다.

죽은 오 시장이 산 곽 교육감을 칠 수 있을지는 향후 검찰 수사의 향방에 달렸다. 하지만 서울시 무상급식 정책을 들고 나와 오 시장을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뜨리고, "나쁜 투표, 착한 거부"를 부르짖으며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반대했던 곽 교육감에게 '죽은' 오 시장의 옛 업적이 칼날을 겨누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