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소녀시대나 카라가 ‘독도는 한국땅입니다. 팬이라면 그렇게 주장해주세요’라고 호소한다면, 그걸 따르는 일본인 팬이 나올 수도 있다.”

일본의 경제 전문지 닛케이(日經)비지니스가 최근호에서 산케이신문 베이징 특파원 출신 저널리스트 후쿠시마 카오리(福島香織)가 쓴 '후지테레비 반 한류 시위를 생각한다… 일중한(日中韓) 공공외교(public diplomacy)의 실력'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렇게 우려했다.

‘공공외교’란 정부 간 외교관계가 아닌 대중매체나 민간관계, 산업 등을 통해 자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상대국에 심어 상대국 국민의 사고방식을 자국에 유리하게 바꾸고, 그 여론의 힘을 빌려 상대국 정부의 외교 정책을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외교 방식.

카오리는 칼럼에서 베이징 특파원 시절이던 2003년 중국의 미디어선전당국 관계자가 일본의 '겨울연가 붐'을 보고 상당히 놀랐으며, "한국이 했던 것을 중국도 할 수 없을까"라고 고민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중국이 공자(孔子)학원 등을 앞세워 공공외교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국제시장에 팔릴만한 오리지널 중국 콘텐츠를 만들 실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카오리는 “일본의 한류 붐은 우연의 산물일지 몰라도, 중국의 한류 붐은 상당히 전략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정부가 중국에서만은 한국산 콘텐츠를 계약 없이 방송하는 행위나 불법복제 등을 묵인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국이 지적재산권 침해로 인한 경제손실보다는 중국에서 한류 붐을 일으킴으로써 얻는 장점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다는 것.

그러면서 일본은 뛰어난 콘텐츠를 갖고도 전략적으로 살리지 못하는 ‘바보’라고 비판했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졌지만, 국가의 정책이나 전략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지영, 규리, 하라, 승연, 니콜 순

카오리는 “솔직히 지금의 한류 붐에 우려를 느낀다”고 했다. 소녀시대나 카라가 독도가 한국 땅임을 주장해 달라고 호소하면 동조하는 일본인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일본 젊은이들이 국가의 이익보다, 여신(女神)으로 추앙하는 아이돌의 생각을 더 중시하게 될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그러나 카오리는 후지TV에 대한 반 한류 시위에는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한류가 일개 상업 미디어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간의 ‘총성 없는 전쟁’이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카오리는 “콘텐츠도 힘이 있지만, 시장도 힘이 있다. 이제 와서 쇄국(鎖國) 정책을 펼 수는 없는 만큼, 일본인이 당당히 한류 붐을 되받아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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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한류 시위]

[일본의 한류]

[한류 열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