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현장에서 경찰이 공사를 방해하던 현행범을 연행하려다 되레 불법 시위대에 7시간 넘게 억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경찰관 350명이 출동했지만 시위대 100명을 제어하지 못했다. 경찰은 시위대에게 "연행자는 그날 중으로 석방하고 채증(採證) 내용은 무효화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약속을 하고 비굴하게 현장을 빠져나왔다. 경찰서장은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던진 김밥에 머리를 맞았다. 25일엔 서귀포경찰서가 시위대 100명에게 포위돼 정문을 안에서 걸어잠그고 막는 일이 벌어졌다.

강정 해군기지 반대 시위대는 지난 3월 현장 농성을 시작한 이래 공사 관계자의 현장 출입을 막는 등 법을 아랑곳하지 않는 행태를 보여왔다. 얼마 전엔 시위대가 해군 관계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정강이를 걷어차는 일이 있었고, 지난달 21일엔 서귀포경찰서를 방문한 조현오 경찰청장이 탄 버스가 시위대에 둘러싸여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그 후 현지 경찰서 경비교통과장·정보과장이 교체되고 경찰서 전 직원이 특별 훈련까지 했지만 경찰의 한심한 대응은 그 후에도 바뀐 게 없었다.

대형 공공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마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물리적 힘으로 가로막고 나선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럴 때 사업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되도록 보호하는 것이 경찰의 할 일이다. 경찰이 폭력적 반대를 구경만 하고 있다면 이 나라에서 공기(工期)를 맞출 수 있는 공공사업이 얼마나 되겠는가.

미국 경찰은 백악관 앞 길바닥에 앉아 시위하는 10선(選)의 연방 하원의원을 수갑을 채워 연행했고 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워싱턴DC 시장을 도로교통 방해혐의로 체포했다. 대한민국 경찰은 불법을 제지하기보다는 상황이 악화되는 것만 막으면 된다는 식으로 대처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서울광장에서 불법 시위대가 집회허가를 받은 학생들의 합법 행사를 방해해도 구경만 했다. 최일선 법 집행기관인 경찰이 이런 식으로 몸을 사리는 데 급급하면 이 나라는 폭력 시위대의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5월 확정 후 지역주민 동의와 제주도민 찬반 여론조사, 도의회 동의, 생태계 조사, 법원 판결 등 거칠 과정을 다 거친 사업이다. 이 사업이 종북(從北) 외부세력들의 불법적 시위로 공정률 14%에서 멈춰선 후 매달 손실만 59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정부와 경찰은 법치(法治)를 세운다는 책임 의식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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