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3학년인 김한수(18·가명)군은 3~4등급을 오가는 수리영역 성적 때문에 고민이다. 1~2등급을 오가는 다른 영역에 비해 성적이 낮고 불안정해서다. 이과생인 그는 낮은 수학 성적 때문에 대입에서도 불리한 상황이다. 고1 때는 수학도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1~2등급을 오갔다. 조금 더 노력하면 확실한 1등급이 될 것 같아 수학 공부시간도 늘렸지만, 제자리걸음을 하던 성적이 고2부터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군은 "중3 겨울에 수Ⅰ 중간까지 선행학습을 하고 고교에 올라온 뒤로는 개념서를 별로 보지 않았다. 수업이나 자율학습 시간에도 학원 문제지나 제가 산 문제집을 풀곤 했다. 고2 말에야 선생님과 상담하고 공부법을 고쳤지만, 수학 성적은 잘 오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최근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목·자사고 학생들은 90% 이상, 일반고 학생도 72%가량이 선행학습을 하고 고교에 올라간다고 한다. 그런데도 수학을 잘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선행학습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잘못된 수업태도와 복습법 때문이다. '이미 접한 내용이지만 더 깊이 알고 싶다'는 호기심을 갖게 하면 올바른 선행학습이지만, '다 배웠는데 뭐 하러 또 들어'라는 생각이 든다면 선행학습은 공부의 적이나 다름없다. 서울 중앙대부속고 이금수 교사는 "요즘 고교생은 대개 일 년 정도의 선행학습을 하는데, 수박 겉핥기식인 경우가 많다. 학원에서는 학부모가 원하는 대로 진도를 빨리 나가고 문제를 많이 풀게 하는 데만 신경 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아 기초가 부족한 상태에서 문제만 풀다 보면, 고 2~3학년에 올라가면서 수학 성적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 교사는 "수능 수리영역 시험범위가 많은 상황에서 선행학습을 무작정 안 하기도 어렵다. 무리하지 않게 최대 6개월 정도 선행학습을 하되, '천천히 깊게'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도를 빨리 나가는 것보다 한 단원이라도 정확하게 공부하며 수학 학습법을 익히는 게 좋다. 한 단원을 정해 정의, 성질 및 공식, 예제·유제, 심화문제의 순서로 공부하며, 완벽하게 정복한다. 이 교사는 "자신이 그 단원을 잘 아는지 확인할 때는 백지를 꺼내 목차 순서대로 내용을 정리해 보라"고 조언했다.

"자신이 모르는 내용이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한 다음, 개념노트에 단원 내용을 목차대로 정리하며 구조화하세요. 고3 10월이 되면 대부분의 수험생이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모르는 공황상태에 빠지는데, 그때 개념노트가 큰 힘을 발휘하죠. 수능 만점 학생들이 마지막에 보는 것이 바로 교과서를 기본으로 정리한 개념노트예요."

기본문제인 예제나 유제도 쉽다고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어떤 개념을 적용하는 문제인지 낱낱이 분석하며 풀어야 한다. 출제자가 어떤 의도로 냈는지도 살펴본다. 이 교사는 "지금은 배운 단원의 예제·유제가 뒤따라 나와서 어떤 개념을 적용할지 바로 알지만, 수능시험에서는 문제가 섞여 나오기 때문에 어떤 단원에서 나온 문제인지 알기 어렵다. 한 문제씩 정확하게 풀면서 유형과 적용 개념을 철저하게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