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구치소에서는 계란 후라이 주나? (전두환 전 대통령)"
"안 준다. (노태우 전 대통령)"
"우리도 안 줘. (전두환 전 대통령)"
18일 월간조선 9월호는 노 전 대통령의 과거 감옥생활 일부를 소개했다. 월간조선에 따르면 12·12사건과 5·18 사건 등으로 같은 법정에 출석했던 두 전직 대통령이 처음 나눈 대화는 '구치소에서 계란 후라이가 나오느냐'는 문답(問答)이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전 전 대통령은 안양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좌)과 노태우 전 대통령(우).

노 전 대통령은 개인 노트에 힘든 수감생활에 대한 단상들을 적기도 했다. 구치소 생활 1년10개월여가 넘어가던 1997년 8월 19일, 그는 노트에 "말복이 지난 지도 3일이나 됐는데 왜 이렇게 더운지. 어제와 오늘 찜통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몸이 천근이나 되는 것 같이 무겁다"고 썼다. 그 이튿날인 20일에는 "어젯밤은 수면제를 먹고 잤는데도 별 효과가 없었다. 여러 번 깼고, 소변도 두 번이나 보았다. 날씨가 무덥고 또 불쾌지수가 높으니 몸의 컨디션이 극히 좋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무리하게 아프다"고 적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감옥에서 가족들에게 많은 편지를 썼다. 영어(囹圄)의 몸으로 가족에게 보낸 편지는 감성이 묻어나왔다. 감옥에서 6·29선언 10주년을 맞아 쓴 편지를 비롯해 부인 김옥숙 여사 앞으로 부친 편지도 있었다.

6·29선언 10주년을 맞아 쓴 옥중 서신에서는 국민의 민주화와 직선제 개헌요구를 받아들인 6·29선언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자부심이 엿보인다. 그는 "사람들은 이제 고물딱지로 쓰레기통에 버렸겠지만, 10년 전의 오늘 6·29는 나에겐 목숨보다 소중한 길이 물려줄 보물"이라고 썼다. 이어 "혹자는 생존과 권력의 수단이라고 그 뜻 비하하는 자 있소만 모르는 소리 외다. 비겁한 소리 외다"라면서 "그것은 한 시대의 운명을 건 혼백의 절규"라고 말했다.

1996년 추석을 맞아 김옥숙 여사에게 "한가위 둥근 달 그 빛이 황홀하되 따스함이 없음이여"라며 "그대는 따스함이 담긴 햇빛, 차디찬 집안 따뜻하게 비치우리"라는 시어(詩語) 같은 편지를 부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2년여의 감옥생활을 마치고 정부의 특별사면조치로 풀려났지만 이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그는 현재 희귀병인 '소뇌위축증'을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뇌의 크기가 점점 축소되는 이 병은 현재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노태우 회고록 출간을 주도한 손주환 전 공보처 장관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은) 엄청난 치적을 남기신 분이지만 비자금 문제로 그 치적이 가려져 있다"면서 "아무리 인내심이 강하고 잘 참는 분이라 하더라도 가슴이 치밀어 오르는 게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은)민간 출신이 대통령(김영삼 전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노력했는데, (비자금 문제로) 다음 정부에서 구속도 되고 수감생활도 하면서 여러가지 착잡한 심정이 들지 않았겠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