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의 방갈로촌 '야자수 마을'은 1999년 6월 30일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4명 등 23명이 화재로 목숨을 잃은 '씨랜드 참사'가 발생한 곳 바로 옆이다. 서해가 바라보이는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이곳에 방갈로 형태의 이동식 목조건물 12동, 화장실 1동, 샤워실 1동, 매점 1동, 관리사무실 1동 등 16동의 건물이 들어섰다.

방갈로촌의 건물 16동이 전부 화성시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건물인데, 운영자는 1999년 참사를 일으킨 '씨랜드 청소년수련원'을 운영했던 박모(54)씨다. 박씨는 씨랜드 참사 후 교도소에서 5년간 복역하고 나왔다.

1999년 6월 30일 화재로 유치원생과 인솔교사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사진 위)과, 씨랜드 청소년수련원을 운영했던 박모씨가 5년 복역 후 나와 그 옆에 무허가로 세운 방갈로촌(사진 아래). 박씨는 화성시로부터 여러 차례 철거명령을 받고도 2년 이상 이 방갈로촌을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오후 기자가 찾아간 방갈로촌에 박씨는 없었고 휴대전화도 받지 않았다. 그의 아내 유모(50)씨가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방갈로 앞에는 바로 전날에도 손님이 다녀간 듯 먹다 남긴 맥주와 밥, 김치 등 음식물이 쓰레기봉지에 담겨 있었다.

유씨는 "올해 여름부터 이곳에 방갈로를 설치하고 영업을 하고 있다"며 "불법 건물인지 몰랐다. 요새 비가 많이 와서 손님도 거의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땅을 팔려고 했지만 팔리지 않아서 생계유지를 위해 민박이라도 하려고 했다"면서 "시청에서 철거하라는 계고장이 날아왔기 때문에 빨리 철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씨의 말과는 달리 인근 주민들은 이 방갈로촌이 2009년쯤부터 영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시는 씨랜드 참사 추모 10주기 행사가 열린 2009년 6월 박씨가 방갈로를 설치한 것을 확인하고 철거를 지시했고, 지게차로 이동식 방갈로를 한쪽 구석으로 옮겨 영업을 못하게 했다. 하지만 박씨는 추모행사가 끝나고 2~3개월이 지나자 불법 건축물들을 다시 지금 자리에 설치해 영업을 계속해왔다는 것이다. 이 방갈로들은 박씨 것이고, 부지는 박씨의 친형(66) 소유다.

화성시가 박씨의 불법 방갈로촌을 2년 이상 방치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근의 한 주민은 "아이들 목숨을 앗아간 사람들이 저렇게 버젓이 불법영업을 하는 것을 보고 지역 주민들이 화성시청에 여러 차례 신고했고, 한 달에 한 번꼴로 '화성시'라고 적힌 차량이 이곳을 돌아보고 갔다"고 전했다.

화성시 황진규 건축과장은 "2009년 이동식 방갈로를 철거한 뒤 박씨가 다시 영업을 재개할 줄은 몰랐다"며 "관련 민원이 들어온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