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우리 군이 서북도서 요새화 차원에서 새로 구축 중인 K-9 자주포 방호진지가 북한의 방사포 공격에 견딜 만한 방호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16일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 안규백(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군은 연평도 도발 이후 지난 3월부터 K-9 자주포와 전차 진지, 헬기 격납고 등 서북도서의 모든 방호진지를 파형 강판으로 새로 짓는 사업에 착수했다. 파형 강판은 주름진 강판으로 충격 흡수력이 크고 파편이 튀지 않는 소재로 현대식 방호 진지 구축에 사용된다. 작년 연평도 피격 때 구형 진지가 맥없이 무너진 데 따른 방호력 보강 조치였다.

그러나 국방부의 의뢰를 받아 대한토목학회가 작성한 성능검증 보고서에 따르면, 공사에 사용된 파형 강판은 두께가 얇아 제대로 된 방호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목학회는 "현재 진지 구축 작업에 사용된 5㎜ 강판은 작년 연평도 도발에 사용된 북한의 122㎜ 방사포가 직접 타격하면 심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토목학회는 강판 두께가 7㎜는 돼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군은 5㎜ 강판으로도 충분하다며 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작년 11월 한미 해상 연합훈련 당시 연평도의 K9 자주포 진지.

안 의원은 "군이 이번에 적용한 진지 설계 기준이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이 적용했던 기준"이라며 "방어진지를 요새화한다면서 포탄을 목표물 근처에 떨어뜨리는 게 고작이었던 50~60년 전 기준을 토대로 목표물을 오차 없이 정밀 타격하는 현대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안 의원은 또 "이번 사업은 500억여원이 투입돼 진행되고 있는데, 이 돈이면 7㎜ 이상의 고강도 강판 진지 공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K-9 자주포와 전차 진지 등 주요 핵심 시설에는 7㎜ 강판을 사용했다"며 "실제 연평도 포격 때도 북의 다연장로켓 직격탄은 (전체 포격의) 4%에 불과했고 설사 직격탄을 맞는다 해도 (설계 기준이 강화된) 전투기 격납고도 뚫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방호 우선순위에 따라 방호력에 차등을 둘 수밖에 없는데 모두 직격탄 공격을 가정해 7㎜ 강판을 쓰라는 건 무리"라고 했다.

군 일각에선 그러나 "연평도 도발을 계기로 서북도서 전력 강화 차원에서 대당 수십억~수백억원대의 무기를 증강한 만큼 전력을 보호하기 위해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진지를 건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