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간 국방비는 약 7000억달러에 이른다. 중국보다 10배가량 많은 액수다. 이것만 놓고 보면 군사 분야에서 중국은 미국의 맞수가 되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 예산의 20%가량을 차지하는 군사비를 대폭 감축하기로 했다. 앞으로 10년간 4000억달러를 줄이겠다는 것인데, 미국 언론들은 "추가적으로 앞으로 10년간 총 국방비 감축액은 5500억달러~9000억달러 사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은 매년 10% 이상씩 국방비를 늘려 왔다. 미국과 중국 간의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 것이고, 이렇게 되면 머지않아 미·중이 군사 분야의 패권을 놓고 다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군사 분야에서 중국의 부상(浮上)과 미국의 쇠락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안보 지형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서해가 중국의 내해(內海)될 수도

작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한·미가 서해에서 미 항공모함이 참여하는 훈련을 실시하려 하자 중국은 강력 반발했었다. 서해에 미국 항모를 들여놓지 않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런 중국이 서해와 바로 맞닿아 있는 다롄(大連)을 항모 기지로 선택했다. 작전 반경 1000㎞에 이르는 중국의 항공모함이 한반도 주변을 헤집고 다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서해는 중국 해군의 앞바다가 된다.

중국은 북한과 '유사시 자동 개입' 조항이 있는 '북·중(北·中) 우호조약'을 유지하며 지난해 천안함 폭침(爆沈)사건에서도 북한을 끝까지 감싸고 돌았다.

국방연구원의 박창권 국방전략연구실장은 "군사력은 정치·외교의 기본이고, 외교적 협상이나 정치적 압박도 군사적 힘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직·간접 무력시위를 통해 정치적 압박을 가해서 분쟁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제해권(制海權)이 커질 경우 이어도를 비롯한 한·중 대륙붕 경계 획정에서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픽=오어진 기자 popm@chosun.com, 김현지 기자 gee@chosun.com

동북아에서 미·중 파워 역전 가능성

미국은 현재 "2만8000여명 수준의 주한미군 감축 계획은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국방비 감축 계획에 따라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의 대폭 수정과 핵심 전투력 향상을 위해 계획했던 각종 무기 구매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 미국 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 국방부는 미 육군과 해병대에서 전체(77만2000명)의 6%인 4만7000명의 병력을 감축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칼 레빈(민주) 상원 군사위원장, 존 메케인(공화) 간사와 짐 웹(민주) 동아태 소위위원장이 국방비 감축 계획에 따라 주한미군 기지 이전 계획을 전면 재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적절한 수준에서 한국의 방위비 추가 분담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추가 감축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아에서 미·중간 파워가 역전되는 일은 우리의 안보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을 뜻한다. 우리의 안보 지형을 뒤흔들 대형 태풍이 한반도를 향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