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 당국은 북한군의 10일 두 차례에 걸친 NLL(북방한계선) 인근 포 사격은 다각적 포석이 담긴 의도적인 도발로 보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16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앞두고 우리측에 경고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우리측의 대응 태세를 떠보기 위한 도발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이같이 판단하는 이유는 북한이 종종 UFG 연습에 맞춰 비슷한 유형의 도발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포격 도발은 지난해에 비해 강도가 낮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북한은 최근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서한 등을 통해 '합동 군사 연습을 강행한다면 그 자체가 관계 개선을 전면 부정하는 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1년 전인 지난해 8월 9일 UFG를 앞두고 백령도 및 연평도 인근에 130여발의 포 사격을 했었다.
북의 이날 포격 도발이 특이한 것은 해무(海霧) 등으로 기상이 좋지 않아 시계(視界)가 1km에 불과한데도 이례적으로 야간사격까지 했다는 사실이다. 보통 포 사격훈련을 할 때는 포탄이 목표지점에 정확히 떨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상이 좋은 날을 택해서 낮에 한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순수한 사격훈련이 아니라 우리를 떠보려는 의도를 갖고 사격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창설된 우리 군 서북도서방위사령부의 대응 태세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정일은 지난달 김정은과 함께 2002년 2차 연평해전 이후 처음으로 해군사령부를 시찰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미·북 및 남북 대화가 어렵사리 재개돼 식량·시멘트 등을 지원받으려는 상황에서 '판을 깨는' 고강도 도발을 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정부와 군 당국의 분석이다.
우리 군이 이날 1차 대응 사격을 북의 포격으로부터 1시간 뒤에야 실시한 것을 두고, 지난해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천명해온 '북한의 도발에 대한 즉각 대응' 방침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측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북한의 포탄이 NLL을 넘었는지 넘지 않았는지 여부와 북한군의 동향 등을 분석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아직까지 북한의 추가적인 특이 동향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