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국립대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5일 "사립대학들이 잇따라 총장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전환하는 것은 직선제 부작용이 그만큼 많기 때문으로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립대 총장 직선제를 간선제 또는 임명제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직선제 폐지는 개별 대학에서 결정할 일이지만 정부의 방침은 대학별로 직선제를 간선제 또는 임명제 등으로 개선해 고등교육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부에 따르면 현재 43개 국립대 중 카이스트, 울산과기대, 한국철도대학을 제외한 40개 국립대학에서 총장 직선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학교수 및 직원들의 투표로 총장을 뽑는 '총장 직선제'는 지난 1988년 대학 자율화와 민주화 요구에 따라 국립·사립 대학에 도입되기 시작해 1990년 중반에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직선제를 실시했다.

그러나 직선제 시행으로 ▲대학 내 파벌 형성과 선거 과열 ▲무분별한 공약 남발로 대학 경쟁력 약화 ▲논공행상식 보직 나눠 먹기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총장 출마 예정자들이 학생 교육보다 표를 얻기 위해 경조사에 찾아다니기 바쁘고, 학연과 지연으로 교수사회가 분열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주요 사립대학들은 이 같은 직선제 병폐 때문에 총장 간선제나 임명제 등으로 제도를 바꾸었다. 성균관대가 1997년 간선제로 전환한 것을 비롯해 고려대·서강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양대 등이 총장 직선제를 폐지했다. 서울대도 법인화 단계가 마무리되면 총장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뀌게 된다.

5일 오후 교과부 산하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서 주최한 '총장 직선제 선출방식 개선안'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한 한국교원대 김명수 교수는 "직선제 총장은 교수들에게 보직 약속, 공약 남발로 인해 총장의 운신이 폭이 좁아지고 총장 재임기간 소신 있는 행정을 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총장 직선제 폐지에 대해서는 교수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41명의 교수 중 26명(63.4%)이 직선제 폐지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외국의 유명 대학 중 총장 직선제를 실시하는 곳은 거의 없다. 하버드대학 등 미국 대학들은 총장선출위원회를 구성해 초빙 공고를 낸 후 응모자 심사, 인터뷰 등을 거쳐 총장 후보를 결정하고 이사회에서 총장을 확정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