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역사상 수많은 홍수와 해일을 겪었다. 유럽의 지형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네덜란드라는 이름 자체가 '저지대'를 가리키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Nether- '낮은', land- '땅') 이 나라는 국토 전체가 낮고 평평하다.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해야 해발 321m에 불과하고, 많은 곳은 아예 해수면보다 낮다. 유럽 대륙의 동쪽과 남쪽의 고지대에서 발원한 라인강, 마스강, 스헬더강이 모두 이 나라로 흘러와서 바다로 들어가고, 그 강들의 하구에는 수많은 지류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따라서 자국 영토가 아니라 먼 이국땅에서 큰 비가 와도 그 물이 전부 이 나라에 흘러와서 넘치곤 했다. 특히 상류에서 큰물이 내려오는 것과 만조 혹은 해일이 겹치면 엄청나게 큰 피해를 보았다.

역사상 최대 홍수로 알려진 1421년 성엘리자베스 축일의 홍수 때에는 1만명이 죽고 20여 마을이 물에 잠겼다. 1287년에는 거대한 민물 호수였던 플레보호의 북쪽 입구가 물에 휩쓸려가면서 호수가 바다와 연결되어 커다란 내해(內海)가 되었다. 홍수가 아예 지형을 변화시킨 것이다. 최근 사례로는 1953년 홍수를 들 수 있다. 이때 약 64만에이커가 물에 잠기고 18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10만명이 집을 잃었고, 가축 100만마리 이상을 잃었다. 당시 암스테르담 시는 거의 5m 높이의 물에 잠겼다. 1995년에도 라인강과 마스강의 수위가 올라가서 25만명의 주민들과 100만마리의 가축들을 소개하는 대역사가 벌어졌지만 다행히 큰 피해 없이 끝났다.

이처럼 네덜란드의 역사는 물과의 전쟁의 연속이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물의 위험에 맞서 제방을 쌓고 간척사업을 하여 폴더(polder)라 불리는 간척지를 만들었다. 13세기 이래 이 나라에서 이처럼 간척을 통해 얻은 땅이 1만㎢로 국토 전체 면적의 20%나 된다. 그러니 "신이 세상을 만들었다. 그러나 네덜란드인들은 네덜란드를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치수 방식이 더 발전하여, 보통 때에는 물길을 열어두어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살아나도록 하면서 심한 폭풍우가 칠 때에는 댐을 닫아 안전을 확보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선진국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재해에 대비한 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가장 긴급히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재해 방지 시스템의 재정비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