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조민수 수경

육군 수도방위사령부(52사단) 소속 손오승(28) 대위는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27일 오전 10시쯤 서울 우면산 앞 남부순환도로와 아파트 수해복구 현장에 투입됐다. 흙더미를 퍼냈다. 밤에도 쉴 틈이 없었다. 2개조로 나눠 2~3시간씩 군 버스에 앉아 '쪽잠'을 잤다. 손 대위는 "36시간 동안 3~4시간쯤 잔 것 같다"며 "그래도 밤에 비를 맞아 가며 먹는 컵라면이 그렇게 맛있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52사단에서 수해복구 현장에 투입된 병력 3600여명이 모두 손 대위처럼 우면산 일대 복구작업에 매달리고 있었다.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 등지를 강타한 집중호우가 할퀴고 간 자리에 군과 경찰, 소방관이 대거 투입돼 복구에 나섰다. 이날 서울에만 군 병력 4418명, 전·의경 등 경찰 4317명, 소방관 1287명 등 1만명 이상의 인력이 재해복구 현장에 투입됐다. 각종 토목공사 경험을 보유한 민간건설사 12곳도 복구에 참여하고 있다.

28일 서울 서초구의 래미안 방배아트힐 아파트 단지에서는 녹색 군복과 검은 군화 차림의 수방사 소속 군인 300여명이 전날 산사태가 만든 진흙더미와 구덩이를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이 아파트 단지는 전날 내린 폭우와 우면산 산사태로 3명이 숨지고, 4층까지 토사가 덮쳤다. 먼발치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아파트 주민 이모(여·54)씨는 "남의 집 귀한 자식들을 진흙 구덩이 속에 밀어 놓고 구경만 하는 것 같아 맘이 편치 않다"며 "그래도 군인들이 아니면 누가 저 엄청난 흙더미를 치우겠느냐"고 했다.

우면산 산사태 구조 및 복구작업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진흙 아래의 생명을 찾아내기 위해 구조대원들도 필사적으로 몸을 던졌다. 27일 피해현장에서 육군 52사단 장병들이 경찰·소방서 구조대원들과 함께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군인들이 아파트 복구 작업에 투입된 것은 전날 오후. 군인들은 가슴팍까지 차오른 토사를 헤엄치다시피 오가며 복구작업에 매달렸다. 밤을 꼬박 새워 중장비를 동원해 토사를 퍼낸 덕에 이날 오후에는 진흙더미가 무릎 아래로 내려갔다. 수방사 공병단 이종환(20) 일병은 전날 방배동 전원마을 복구 현장에 투입됐다가 이날 오전부터 아파트 복구 현장에 투입됐다. 이 일병은 "뻘밭에서 하는 작업이라 힘이 2배로 더 든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8시쯤 우면산 옆을 지나는 남부순환도로에는 서울지방경찰청 5기동단 소속 전·의경 40여명이 진청색 제복을 입고 쉴 새 없이 도로에 널브러져 있는 진흙과 바위, 나무를 덤프트럭에 주워 담았다. 이현호(24) 상경의 손은 이미 손톱 크기만한 물집이 군데군데 잡혔고, 발은 벌겋게 변해 퉁퉁 부어 있었다.

폭우로 차량 20여대가 수몰된 강남구 개포동 개포공원공영주차장에서는 소방관 10여명이 지하에 가득 찬 4000여t의 물을 빼내고 있었다. 온갖 오물이 떠다니는 물이어서 수시로 물속으로 들어가 쓰레기를 걷어내야 한다. 김재현(52) 개포동 119 안전센터장은 "이런 일 하려고 소방관 됐으니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위급한 순간 자신을 희생하고 시민의 목숨을 구한 영웅도 있다.

27일 오후 9시쯤 경기도 동두천시 신천이 범람해 마을 주민 강모(57)씨가 급류에 휩쓸려 내려갔다. 이 장면을 본 경기경찰청 조민수(21) 수경이 급류로 뛰어들어 구조작업을 펼치다 본인은 휩쓸려가고 강씨는 동료 의경들이 건져냈다. 조 수경은 5시간쯤 뒤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는 한 달 뒤 전역을 앞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