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시모집(8월1일부터)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고교생 약 3만명의 내신성적 석차가 잘못 배포된 차세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오류와 관련, "차세대 나이스 프로그램 개발 업체인 삼성SDS 프로그래머들의 실수가 있었다"고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계자가 24일 밝혔다.

차세대 나이스를 관리하는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신명호 교사지원부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나이스에서 성적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삼성SDS의 프로그래머 7명이 맡아 제작했는데, 프로그램을 정밀하게 짜지 못했다"고 말했다.

차세대 나이스는 고교에서 동점자가 발생했을 때 같은 석차를 부여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 기준을 적용해 등수를 가릴 것인지를 각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후자(後者)를 선택한 학교 학생들의 동점자 등수를 매기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점수의 소수점 이하를 처리하는 과정 중 간단한 작업 하나를 누락해 오류가 발생했다.

신 부장은 "원래 동점자에게 일정 기준을 적용해 등수를 가릴 경우 소수점 이하 16자리까지 표시를 하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는데, 소수점 이하 자릿수 가운데 평가 결과와 상관없는 '1'이란 숫자가 느닷없이 표시되는 현상이 발생해 고교생 2만9000명의 내신석차가 틀렸다"고 말했다.

통상 컴퓨터가 숫자를 처리하는 과정에선 이처럼 엉뚱한 수치(이른바 '쓰레기값')가 나오는 경우가 드물게 발생하는데 이를 잡아주는 작업을 실수로 빠뜨렸다는 것이다. 신 부장은 "쓰레기값은 소수점 이하 16개 자릿수 중 일정한 자리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불규칙적으로 여러 자리에서 나왔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은 동점자 등수를 가릴 때 지필고사 성적, 수행평가 성적 등을 주요 기준으로 했다. 이런 기준들을 조합할 경우 석차를 가리는 45개 방법이 나오고 각 학교가 이 중 1개를 선택하도록 했다. 그러나 45개 중 1개에서, 점수를 매길 때 소수점 이하에서 쓰레기값이 처리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도 이처럼 심각한 오류가 있는 프로그램을 걸러내지 못했다. 이달 중순 일선 교사들의 이의신청을 받고서야 오류를 확인하고 정정 작업에 나섰다. 서울의 중학교 강모 교사는 "교사들의 이의신청이 없었더라면 초유의 대학 입시 대란(大亂)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지난해 1월 경쟁 입찰을 통해 삼성SDS를 차세대 나이스 개발 업체로 선정했다. 프로그램 개발 예산은 90억원이었다.

☞쓰레기값

컴퓨터 연산 과정에서 극히 드물게 도출되는 무의미한 값으로 언제,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지 그 원인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작업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통상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이런 쓰레기값을 처리하는 작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