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중국 고속열차 둥처주(動車組)가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에서 추돌사고를 일으키면서 열차 6량이 궤도를 이탈, 3량은 20~30m 교량 아래로 추락하고 1량은 다리에 걸려 공중에 매달려 적어도 35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했다. 사고는 앞차가 벼락을 맞아 멈춰 선 상태에서 이 사실을 모른 채 뒤따라오던 열차가 앞차를 들이받아 일어났다. 둥처주는 시속 100㎞로 달리는 종전 열차를 개량해 최대 시속 200㎞로 달리게 만든 고속열차로, 통상 시속 160~200㎞로 운행된다.

중국은 지난 1일 베이징-상하이 구간 고속철을 개통하면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이라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이 구간에서 자잘한 사고·고장이 잇따르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대형 인명피해를 내면서 중국 고속철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우리 고속철도 올 들어 광명역 탈선사고를 비롯해 36건의 고장·사고가 발생했다. 작년 3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KTX 산천에서 21건, 2004년부터 운행 중인 일반 KTX에서 15건이 발생했다. 고속열차는 20량을 편성할 경우 전체 무게가 771t에 달한다. 이런 거대 고속철이 승객 900명을 태우고 항공기 이륙속도에 맞먹는 시속 300㎞로 달리다 사고가 난다면 상상의 범위를 넘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작년 11월 개통한 경부고속철 2단계 130㎞ 구간의 경우 56%가 터널이고 18%가 교량 구간이다. 터널이나 교량에서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면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릴는지도 모른다.

감사원이 25일부터 코레일에 대한 예비감사에 착수한다고 한다. 감사원은 우리 고속철이 과연 시속 300㎞ 고속으로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지 하는 근본 문제부터 따져봐야 한다. 올해 KTX 고장·사고 36건 중 열차가 시속 90~160㎞로 달리는 호남선 구간에서는 익산역 전력변환장치 고장 단 한 건뿐이었다. 고속철의 문제가 속도와 관련 있다는 심증을 갖게 해준다. 안전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우선 KTX의 속도를 시속 250~300㎞에서 시속 200~250㎞ 정도로 제한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해봐야 한다. 중국 고속철도의 대형 참사는 작은 사고의 되풀이를 큰 사고의 전조(前兆)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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